러시아에서 5살짜리 유치원생 어린이 2명이 장난감 삽으로 땅굴을 파서 감쪽같이 유치원을 탈주하는 일이 벌어져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곳은 러시아 남서부 첼랴빈스크주 마그니토고르스크시의 한 유치원이다. 여느 때처럼 점심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을 유치원 놀이터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게 했던 유치원 지도교사는 두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사들이 유치원 담장 인근의 모래밭에서 땅굴과 장난감 삽 한 자루를 발견한 것은 이미 아이들이 유치원을 빠져나간 지 30분가량이 지나서였다. 아이들이 전례 없는 유치원 탈주를 시도한 이유는 황당하게도 스포츠카를 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두 아이는 유치원을 빠져나온 뒤 태연하게 약 1.6㎞를 걸어가 고급 승용차 판매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그곳에 있던 여성 직원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로 왔니?”라고 묻자 아이들은 “재규어 스포츠카를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곧장 아이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인근 경찰서로 향했고 그렇게 아이들의 탈주극은 몇 시간 만에 끝났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들은 탈주 며칠 전부터 치밀하게 탈주를 준비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다섯 살배기 어린이가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1994)’을 연상케 할 정도로 치밀한 탈주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유치원의 부실한 아동 관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지 교육 당국은 아이들의 신원과 사건의 세부사항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탈주 사건이 며칠 전 실재했다고 확인했다. 당국은 당시 유치원 교사를 해고했으며 해당 유치원에도 경고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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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화제] 장난감 삽 한자루로… 러시아 유치원 탈주사건
입력 2015-09-10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