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원래 공연이 없는 날이지만 아람음악당 무대에선 오케스트라가 비장한 선율을 뽑아냈다. 바로 상임지휘자 박영민(49)의 지휘로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부천필)가 쿠스타프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을 녹음하는 현장이다. 전날 7시간에 걸쳐 1, 3악장을 녹음한 부천필은 이날 2, 4악장을 녹음했다.
부천필이 그동안 실황 음반을 낸 적은 있지만 스튜디오 녹음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로나 실내악의 경우 방음시설이 잘 된 실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기존 콘서트홀에 마이크 수십대를 설치하고 외부 소음을 엄격히 차단해 녹음홀로 만든다.
실황 음반은 공연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매력이 있는 반면 실수나 소음까지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스튜디오 음반은 여러 차례 녹음과 편집을 통해 단점을 줄임으로써 최상의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최근 경제위기와 애호층 감소로 전 세계 클래식계에선 스튜디오 음반에 비해 경비가 적게 드는 실황 음반을 선호한다. 국내 오케스트라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제외하곤 음반 녹음과 발매에 그다지 적극적이 않은 편이다. 부천필은 이번 음반을 내년에 발매할 계획이다.
박 지휘자는 “음반 녹음은 매우 정밀한 프로세스다. 단원 모두 긴장해서 사운드를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한번 음반을 녹음하면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고 말했다.
원주시향의 초대 상임 지휘자를 거친 박 지휘자는 올 초 25년간 부천필을 이끈 임헌정 지휘자에 이어 두 번째로 지휘봉을 잡았다. 부천필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게 된 그가 올해 내세운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말러 프로젝트다. 부천필은 상반기 교향곡 1번 ‘거인’과 5번을 경기도 부천시민회관에서 연주했고 6번 ‘비극적’을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비극적’은 전체 연주에 85∼90분이 걸리는 대작으로 연주 인원만 111명이 필요하다. 부천필도 단원 82명 외에 객원 연주자 29명을 초빙했다.
박 지휘자는 “말러 작품들이 기본적으로 대편성이고 그만큼 정교한 앙상블을 요구하는데 이 작품은 특히나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면서 “분위기는 시종 비극적이지만 군데군데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표현도 많은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부천필은 1999∼2003년 말러 교향곡 전곡을 무대에 올려 한국 클래식계에 ‘말러 열풍’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만 해도 국내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는 건 쉽지 않았다. 부천필은 말러 사이클을 통해 국내 정상의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박 지휘자는 “지금도 부천필과 말러를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팬이 많다. 지휘자가 새롭게 바뀐 만큼 이번 말러 사이클은 부천필에겐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부천필, 스튜디오 녹음 음반 첫 도전
입력 2015-09-10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