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표 재신임 여부 선공후사로 풀라

입력 2015-09-10 00:49 수정 2015-09-10 03:46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긴급 회견을 갖고 대표직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면서 부결되거나 당 혁신안이 최종 통과되지 못할 경우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정치적 입지나 계파 이해관계로 당을 흔들고 깨려는 해당 행위가 있었다면서 “당을 지키고 기강과 원칙을 세우기 위해 재신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혁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 안팎에서 탈당론, 분당론, 신당론이 어지럽게 나돌더니 결국 대표가 재신임을 묻겠다는 지경까지 제1야당의 처지가 초라하게 돼 버렸다. 게다가 여권이 어떤 실수를 해도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으니 국민들의 시선도 얼마나 싸늘한지 알 수 있다.

야당은 정치적 활동을 통해 집권세력을, 입법부 활동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기능을 한다. 정치에서 이 일만큼 중요한 기능도 없다. 그렇게 중요한 야당이 날이면 날마다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해 있다. 모두 자신과 소집단, 계파의 이해를 위해서다. 이른바 친노 세력과 호남 출신들과의 싸움에 국민들은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문 대표의 제안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빨리 진행시키는 게 좋다. 재신임 투표나 혁신안 통과 여부를 표 계산하듯 미리 예단·분석하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계파나 자신의 입지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구태를 또다시 보여서는 안 된다.

문 대표가 물러나고 집단지도체제 등 다른 리더십이 들어서든지, 재신임을 받아 혁신안을 밀어붙이든지 해서 제1야당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정치에 권력투쟁이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제1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정상적인 정당 내 권력투쟁이 아니다. 서로 알량한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익만 좇아가는 집단끼리의 저급한 다툼일 따름이다. 하루속히 결론을 내고 정상적인 야당의 기능을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