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 표시가 노골적이다. 노동신문은 ‘3대 친선국’의 정권수립 67주년(9일) 축하 소식을 전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축전을 1면에 배치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축전은 2면으로 뺐다. 노동당 기관지의 파격적 지면 배치를 통해 중국을 노골적으로 홀대하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냉랭해진 북·중 관계와 견고해진 한·중 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이 전통적 우방인 중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걸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중국이 자기들의 핵 개발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남한과 빠른 속도로 밀착해가는 행보에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고착될 경우 북이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이 핵 개발 포기 수순을 밟고 있고, 쿠바가 미국과 수교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북한도 달라진 국제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할 텐데 아직은 소극적이어서 안타깝다.
북한한테 ‘8·25 남북합의’는 절호의 기회다. 대남 도발을 포기하고 화해협력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반도 주변국들은 북의 단기적 유화 제스처에 한두번 속은 게 아니어서 불신이 크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북은 분쟁보다 평화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전후해 뭔가의 도발 계획이 있다면 깨끗이 단념하는 게 옳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이 4차 핵실험, 혹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우려하고 있다.
만에 하나 이 같은 도발을 강행할 경우 한반도 주변은 또다시 초긴장 상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유엔 등에 의한 대북 제재가 불가피하고, 남북대화가 전면 중단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한 이산상봉이 무산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결코 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토록 원하는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도 물 건너가게 된다. 그보다는 남북 당국자 회담을 통해 공동의 이익 창출에 나서는 게 백번 좋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이 원하는 바이며, 북이 살 수 있는 생명의 길이다.
[사설] 북한은 ‘8·25 합의’ 준수만이 살길임을 명심해야
입력 2015-09-10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