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인프라 투자 8조달러 필요”… 진리췬 AIIB 총재 지명자 방한

입력 2015-09-10 02:04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개발 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진리췬(사진) 총재 지명자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기업인들과 만났다. 총재 지명 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그는 “1984년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한강에 12개의 다리가 있는 것을 보고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한국에 놀랐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AIIB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중국이 내민 도전장이다. 한국 기업인 100여명이 모인 간담회장에서 그는 아시아인으로서의 공감대를 호소했다. 진 지명자는 “아시아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시아의 도전에 대응할 새로운 국제 금융기구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저는 굶주려 나무를 베는 사람들, 내일 무얼 먹어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았습니다. 이들에게는 개발과 투자가 환경 문제보다 우선합니다.” 환경과 노동윤리를 은근히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는 서구 선진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아시아는 항상 빨리빨리 움직입니다. 향후 10년간 8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합니다. AIIB도 오래 기다릴 생각이 없습니다. 내년 안에 파이낸싱(자금조달)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미 여러 나라로부터 투자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57개국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한 AIIB는 올해 안에 중국 베이징에서 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회원국은 앞으로 70개국이 넘을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진 지명자는 “정부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인프라 개발 경험까지 흡수해 간결하고 투명하며 청렴한 조직, 녹색경제를 추구하는 최고 수준의 조직으로 AIIB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가입이나 지원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거시경제 정책을 공개하고 개발 계획을 공유해야 AIIB 같은 다자 간 개발은행에 참여할 수 있는데 북한은 그러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과 보스턴대 교수를 역임한 그는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침체가 아니라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며 “현재의 1% 성장은 2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