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이동훈] G2 리스크 신의 한 수는?

입력 2015-09-10 00:30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 중 하나는 손(手)을 가졌다는 점이다. 인류가 첨단기술을 영위할 수 있는 것도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손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혁명도 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투수 유격수 조타수 수비수 공격수 등 사람의 직업이나 운동경기 포지션을 지칭하는 말에 ‘손 수(手)’가 쓰인 것도, 묘수 꼼수 술수 속임수 뾰족수 외통수 손버릇 손놀림 손가락질 등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기는 말에 손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손이 우리 일상생활에 지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도 손이 있다. 경제학의 시조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도 자유경쟁시장에서 공급과 수요를 결정하고 공정한 자원 배분을 담당하는 원리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요즘 중국의 경기침체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로 표현되는 ‘G2 리스크’로 보이지 않는 손(시장원리)도, 보이는 손(정책 당국)도 무용지물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만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교과서대로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그 돈으로 소비를 해야 할 터인데 거꾸로 저축이 늘어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손을 썼지만 그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11조원이라는 슈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시들해진 경제에 링거주사를 놓았는데도 역시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8일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이른바 ‘짠물 편성’된 것도 막대한 재정만 쏟아 붓는 바람에 나라 곳간에 뚫린 구멍이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우리 정책 당국만 하는 게 아닌 듯하다. 고성장을 구가해 온 중국이 이제 경착륙이 우려되자 사흘이 멀다 하고 각종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증시가 요동치는 등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아베노믹스 역시 작동되는 듯하더니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이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보통 베어마켓 상황에서 주식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채권으로 돈이 몰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채권시장 역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채권도 어찌될지 몰라 현금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이 현상을 제대로 짚고 미래전망을 했다면 개미투자자들이 롤러코스터 증시를 바라보며 패닉으로 빠져드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증시 부양 분위기에 신용대출을 받은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쇄도했다가 지금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투자자들이 과도한 불안에 떨지 말라며 교과서대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정책 당국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잊고 과거의 방식만을 되풀이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의 한복판에 있는 온라인 뱅킹 시대에 고용절벽에 처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며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의 연봉을 털어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현재의 상황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진통을 겪는 과정이다. 차라리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불확실성은 해소된다. 불확실성을 이유로 장난치는 세력이 얼마나 많은가. 당국은 마치 ‘신(神)의 한 수’라도 있는 양 일이 벌어지면 ‘컨틴전시 플랜’을 짜고 먹히지 않는 과거 정책을 짜깁기하느라 법석대지 말고 바뀌는 패러다임에 우리 국민들이 적응토록 마스터플랜을 짜야 할 것이다.

이동훈 경제부장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