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가장이 10년 넘게 침대에만 누워있으니 식구들에게 미안할 뿐이죠.”
9일 인천 남동구 서창2지구 1단지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임마누(가명·63)씨는 힘없는 어눌한 목소리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인천 토박이인 임씨는 40대 중반까지만 해도 현대제철에 다니며 든든한 가장으로 살아왔으나 간 장애를 앓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병이 악화돼 혼수상태가 찾아오면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을 반복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몸이 이러니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누워 지내고 있다”며 “생후 100일이 갓 지난 외손자의 재롱을 보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아내(61) 아들(34)과 함께 살고 있다. 군 제대 후 사회생활을 하다 술에 빠진 아들은 알코올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수시로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임씨의 아내는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아들이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해 안타깝다”며 “집에서 누워 지내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아들을 그렇게 변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한 딸이 있지만 가끔 찾아오는 정도지 도움을 줄 형편은 못 된다.
임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월 100여만원 생계급여를 지급받고 있지만 절반가량은 치료비로 써야 하기 때문에 살림을 꾸려가기조차 어렵다. 지난해엔 각종 공과금이 1년이나 연체되기도 했다.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 주선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일부를 갚았지만 아직도 빚이 남아있다.
임씨는 치료비 부담 때문에 간 혼수상태가 와도 가급적 집에서 응급처치를 한다. 그래도 당뇨합병증에 쓰는 약의 상당량이 비급여여서 한 번씩 병원에 입원하면 병원비가 연체되곤 한다.
임씨는 “올해도 두 번 혼수상태가 와 병원에 실려 갔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며 “병원 만류를 뿌리치고 조기 퇴원했지만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인천=글·사진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나눔으로 여는 행복] 와병 10여년째… “식구들에 미안하죠”
입력 2015-09-10 03:01 수정 2015-09-10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