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원(47)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1701년 중국에서 활동했던 예수회 선교사들이 라틴어로 쓴 희귀본 ‘중국전례보고서’(사진)를 발굴해 지난 4일 열린 ‘경성제국대학 도서관 연구’ 학술대회에서 보고했다.
안 교수는 이 책을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보관된 경성제대 도서관 소장 도서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가 1700년 밝힌 천주교에 대한 입장문과 그에 대한 주해가 담겨 있다. 중국에서 언제 기독교가 허용됐으며 이를 둘러싼 논쟁과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중국전례보고서’는 약칭으로 책의 원제는 ‘천(天)과 공자와 조상 숭배에 대해서 1700년에 중국 황제 강희제가 내린 입장 표명에 대한 간략한 보고서. 수석 대주교와 가장 박식한 학자들과 가장 오래된 전통에서 찾은 증언들이 수록되었다.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고생하는 북경 예수회 신부들의 노고로 지어진 것이다’ 정도로 번역된다. 책 이름이 긴 것은 당시 출판된 서양 서적들의 작명 방식을 따랐기 때문이다.
기록에 따르면 책은 1701년 중국 황제의 인쇄소에서 먼저 출판됐고, 170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쇄됐다. 서울대 소장본은 인쇄본이 아니라 필사본이다. 또 황제 입장문이 만주어와 한문 원문으로도 수록돼 있는데, 이는 빈 초판 인쇄본에는 없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 책이 인쇄본의 원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후속 연구를 통해 최초의 원본이라는 게 확증된다면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보물을 소장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김월회 서울대 중문과 교수는 “이 책은 유럽과 중국은 늦어도 명대 말엽에는 ‘높고도 깊은’ 수준에서 교류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면서 “서구 근대문명이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왔다는 패러다임을 근본적 차원에서 ‘리셋’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청나라 때 예수회 선교사가 쓴 ‘황제 강희제의 사상’… ‘중국전례보고서’ 국내서 찾았다
입력 2015-09-10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