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목회자포럼 창립기념 교회 지도자 초청 릴레이 대담 ④] 예장 백석 총회장 장종현 목사

입력 2015-09-10 00:25
장종현 예장백석 총회장이 지난 4일 예장백석과 대신 교단의 통합 이유와 의미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장백석과 대신은 오는 14∼15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통합총회를 갖는다. 강민석 선임기자
국민일보는 국민일보목회자포럼(대표회장 정성진 목사) 창립기념 행사의 하나로 한국교회의 현안을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국내 교회지도자 릴레이 대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오후에는 백석대 설립자이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총회장인 장종현 목사를 초청해 대담을 가졌습니다. 대담은 이승한 국민일보 종교국장이 진행했습니다.


대담=이승한 종교국장


-예장백석과 대신 교단이 오는 14∼15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통합 총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석과 대신이 이제 ‘한 지붕 한 가족’ 시대를 열어가게 되는지.

“그렇다. 통합은 획기적인 일이다. 분열된 교단이 다시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 개척과 자립의 전통으로 성장해온 두 교단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 가족을 이루는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출발이 다른 두 중대형 교단이 통합하는 것은 한국교회사에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통합을 추진한 이유는 첫째,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순종이다. 둘째, 한국교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결단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장로교단만 180개에 달한다. 복음전파와 영혼구원이 목적인데 이렇게 많은 교단으로 갈라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셋째, 미래세대를 이끌어 갈 후배 목회자를 위한 선택이다. 목회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교단 신학이 건강하게 서지 않고서는 목회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다.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1976년 11월 1일 백석대를 설립했다. 설립 동기와 비전을 말해 달라.

“이 땅에 대학이 없어서가 아니다. 도덕과 윤리 교육은 많은 대학에서 할 수 있지만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영적인 교육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만 가능하다. 복음전파와 예수님의 생명이 넘치는 기독교인재 양성을 위해 학교를 설립했다. 백석대는 모든 학과에 담임목사를 두고 성경에 기초한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내년에 개교 40주년을 맞는데, 현재 학생 수가 3만명에 달한다. 교수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양육하면 학생들도 예수님의 생명을 소유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기독교 대학’이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의 대학교육과 기독교 사립대학의 미래에 대해 조언해 달라.

“대학이 위기다. 2023년에는 학령인구가 40만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많은 기독교 사립대학들이 ‘일반대학’으로 정체성을 바꿔 활로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기독교대학이 그 본질과 사명을 잃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백석대의 경쟁력은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기독교대학의 본질을 지켜가는 것만이 기독교 사립대학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한국교회의 ‘다음세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해야 다음세대를 세울 수 있나.

“다음세대가 무너지는 것은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다. 디모데후서 3장 16∼17절에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즉, 사람을 온전하게 만드는 최고의 교재는 성경이다. 성경 안에서 하나님께 순종하고 실천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부모가 몸소 실천해 가르쳐야 한다.”

-대학 캠퍼스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이단 집단으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단은 이제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신성한 대학 캠퍼스에서도 이단들이 버젓이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백석대는 ‘멘토’ 시스템과 ‘이단OUT’ 캠페인을 진행하며 이단에 대처하고 있다. 이단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단에 대한 정치적 규정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진짜 이단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 안에서 정치적 갈등으로 이단으로 몰린 분들이 많이 있다. 이단이란 삼위일체 하나님을 부정하고,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지 않는 집단이다. 교리적·정치적 차이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영향력을 잃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점점 반기독교 정서가 커지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교회는 지금 세속화의 늪에 빠져 있다. 성장제일주의와 물질주의에 빠져 하나님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심지어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경 말씀을 왜곡하며 성령을 속이는 일을 저지르곤 한다. 이래서야 교회가 존경받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교회는 교회다울 때 가장 힘이 있다. 믿는 사람들이 빛과 소금이 될 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 초대교회와 같이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말씀만 의지하고, 어려운 이들의 이웃이 되는 교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다시 사회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광복·분단 70년을 맞았다. 지난달 9일 서울광장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70개 교단 연합으로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를 열었다. 30만 성도들이 한자리에서 통일을 염원하며 기도했다. 한국교회가 어떻게 분단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우선 통일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 신앙선배들은 목숨을 걸고 자유를 위해 싸웠고 광복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 그 눈물의 씨앗이 열매를 맺어 1945년 역사적인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있다. 자유와 독립의 소중함도 잊었고 민족의 땅 허리가 갈라진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도 외면하고 있다.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절실하지 않으면 기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 있는 형제들이 아직도 어둠의 터널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만 잘살고 배부르다고 형제의 불행을 못 본 척해선 절대 안 된다.”

-올해는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한국선교 13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한국사회의 희망은 여전히 한국교회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 달라.

“대한민국은 36년의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고도 빠르게 성장했다.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130년 전 선교사들이 과연 동쪽의 작은 나라가 이렇게 복음으로 부흥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모두 하나님의 은혜이자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한국사회가 여러 어려움에 빠져 있지만 우리 민족은 위기 앞에서 더욱 강해지는 저력이 있다. 지난달 9일 서울광장에 모인 30만 인파를 보면서 ‘한국교회가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확신했다. 믿음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된다면 어렵지 않다. 먼저 하나가 되는 일에 힘써 한국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최근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 장종현 목사의 건강한 교회 만들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성경이 답이다’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어떤 책인지.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기 위해 실천해야 할 삶의 지침서다. 3년 정도 공을 들였다. 다른 교수들의 도움도 받았으니 공저인 셈이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은 새로운 신학사상이 아니라 건강한 교회를 만들자는 아주 소박하면서도 절박한 이야기다. 죽어가는 신학을 살리고 역사의 유물처럼 남아 있는 개혁신학을 진정으로 살리자는 간절한 호소다. 성경에서 얻은 진리를 통해 시장원리와 마케팅의 압력에 떠밀려 고통 받고 있는 교회를 치유하자는 취지다. 특히 개혁주의의 표어인 ‘5대 솔라-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학문과 목회에 적용하자는 마음으로 주창한 것이 개혁주의생명신학이다. 개별 교회에서 이러한 믿음과 실천이 활발하게 일어나길 기원한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