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매직’에 아시아의 호랑이가 춤을 추고 있다. 출항 1년째를 맞은 ‘슈틸리케호’는 20경기에서 14승3무3패를 기록했다. 경기 내용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특히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미얀마(2대 0 승), 라오스(8대 0 승)에 이어 레바논(3대 0)마저 제압하며 3연승으로 G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빛을 발하는 ‘화수분 축구’=한국 축구에 인재가 없는 게 아니었다.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부임 이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한국 축구 순례’에 나섰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뿐만 아니라 챌린지(2부 리그)와 2014 인천아시안게임, FA컵 현장 등을 찾았다. 그리고 원석을 찾아 보석으로 가공했다. 9일 새벽 끝난 레바논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3명 중 그가 발탁한 선수는 5명에 이른다. 권창훈(21·수원), 이재성(23·전북), 황의조(23·성남), 김승대(24·포항), 임창우(23·울산)는 슈틸리케 체제에서 태극전사가 된 K리거들이다.
8월 동아시안컵에서 처음 대표팀에 들어온 권창훈은 라오스전에서 2골을 몰아친데 이어 레바논전에서도 골을 뽑아내며 ‘슈틸리케호’의 새로운 황태자로 떠올랐다. 3월 대표팀에 합류한 이재성도 미얀마전과 라오스전에서 잇따라 골을 터뜨렸다. 부상으로 이번에 빠진 공격수 이정협(24·상주)은 슈틸리케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포르투갈에서 맹활약 중인 석현준(비토리아 FC)도 뽑았다. 5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석현준은 라오스전에서 득점을 올리고, 레바논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새로운 인재가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자 포지션별 경쟁 구도가 확립됐고 전력은 급상승했다.
◇제대로 ‘키’를 잡은 기성용=슈틸리케 감독은 레바논 원정 징크스를 깨기 위해 4-1-4-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을 전진 배치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미드필더진 앞선에 자리를 잡은 기성용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경기를 조율했고 전방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다. 레바논전 선제골도 그의 발에서 시작됐다. 전반 20분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는 석현준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석현준이 상대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낸 건 정확한 패스 덕분이었다. 기성용은 한국이 2-0으로 앞서 있던 후반 15분 페널티지역 정면에 있던 권창훈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기성용은 기존 4-2-3-1 포메이션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후방에 배치됐다. 공격에 적극 가담하기 어려웠고 흐름은 뻑뻑했다. 하지만 전진 배치된 라오스전과 레바논전에선 공격이 시원시원하게 이뤄지면서 다득점으로 이어졌다. 기성용 한 명을 움직여 경기 판도를 바꾼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은 놀랍다. 슈틸리케 감독도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 줄 부분을 보여주면 감독은 휴가나 다름없이 할 일이 없게 된다. 오늘 경기가 바로 그랬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슈틸리케號 출항 1년… ‘亞 호랑이’ 잠 깨웠다
입력 2015-09-10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