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 386조] 내년 나랏빚 645조… 총량보다 속도가 더 큰 문제

입력 2015-09-09 03:10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무회의에서 2016년 예산안을 공식 편성하기에 앞서 전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 부총리 왼쪽은 송언석 예산실장, 오른쪽은 노형욱 재정관리관이다. 연합뉴스
박근혜정부는 출범 당시 임기 내 균형 재정을 약속했지만 차기 정부 2년차인 2019년까지도 적자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내년 국가채무 규모가 645조원으로 전망돼 멀게 느껴졌던 국가채무 600조원 시대도 도래한다. 국민 1인당 1270만원의 빚을 지는 셈이다. 2008∼2009년만 해도 있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던 나라살림이 실세장관들의 섣부른 경기부양책 실패로 쪼그라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총량보다 급속한 빚의 증가 속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만수와 최경환, 실세 장관의 그림자=2008년 재정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였다. 2008년 4월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예산을 짤 때는 세입이 이렇게 늘지 몰랐다”면서 “15조원이 넘는 세계잉여금을 정부가 그대로 쥐고 앉아 있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고유가대책 명목으로 유가 환급금을 국민 1인당 6만∼24만원씩 나눠주는 등 손쉬운 방식의 경기부양책을 택했다. 2009년에도 6조원 넘게 세금이 더 걷히자 정부는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재정 정책 기조를 확장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41조원+α’ 규모의 재정보강정책에 이어 올 예산을 슈퍼예산으로 편성했다. 올해도 11조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모두 22조원 규모의 재정을 소진했다.

최 부총리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때마다 ‘재정 확대→경기 회복→세수 증대’라는 선순환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아직 경제 활성화와 재정건전성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등 돌발 악재 탓이기도 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충과 같은 단기 경기부양책으로 결국 나라 곳간만 부실해진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8일 “두 장관 모두 실세장관이기 때문에 과감한 확장적 재정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민간 경제전문가는 “강 전 장관이 있는 살림에 훗날 걱정 없이 흥청망청 썼다면 최 부총리는 없는 살림을 거덜낸 꼴”이라고 비판했다.

◇빚 총량보다 증가 속도가 문제=정부는 국가채무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114.6%로 우리나라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빛의 속도’로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위험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35.7%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이 수치는 4.4% 포인트 늘었다. 복지지출이 정점에 다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복지지출이 초기 수준이다. 앞으로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할 복지 재원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잠재성장률을 올려야 재정건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인구구조까지 고려할 때 재정부실이 매우 위험한 단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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