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이래 이혼·동성애 등 가톨릭교회의 각종 금기에 대해 토론의 길을 열어 놓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의 결혼 무효화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8일(현지시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교회 내 보수파와 진보파 간 알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바티칸이 발표한 ‘간소화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우자가 모두 결혼 무효화를 요청할 경우 주교 책임 하에 45일 안에 절차가 완료되는 ‘패스트 트랙’을 도입한 것이다. 또 교회 재판소에서 결혼 무효화를 승인받더라도 재심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여전히 재심을 신청할 수 있지만 자동적으로 이 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는 없어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한에서 “결혼은 여전히 깨어질 수 없는 결합이며, 새 규칙이 이를 부인하는 게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교회 재판소가 첫 번째 결혼을 무효라고 선언해야만 재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 교인들은 결혼 무효화를 하는데 수년이 걸린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교회 개혁 조치를 추진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내 보수파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10여명의 가톨릭교회 인사를 인터뷰한 결과 교황의 개혁 행보로 1960년대 교회 개혁 이후 가톨릭 내부의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출신으로 대표적 보수파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은 올해 초 인터뷰에서 “교황의 권한은 절대적이 아니다. (우리는) 교황의 권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영국에서는 신부 500명이 공개서한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상당한 혼란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가톨릭교회가 그동안 죄악으로 치부해온 이혼과 동성애를 포용하는가 하면 기후변화와 빈곤 등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파격 행보를 이어왔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이혼 등 요청 땐 주교 책임 아래 45일내 절차 완료… 교황 ‘결혼무효화’ 절차 간소화案 발표
입력 2015-09-09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