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11건, 총 9000만원. 은행권의 7월 말 기준 월세 대출 현황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8일 제출한 은행권 월세 대출 자료에 따르면 월세를 위해 돈을 빌려간 실적은 제로에 가까웠다. 7개 시중은행 월세 대출 11건의 건당 평균 잔액은 8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의원은 “저소득층이나 대학생, 취업준비생 대상의 월세 대출 실적이 없는 것은 결국 보여주기 상품을 만든 것”이라면서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월세 대출은 주거환경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면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2013년부터 은행권이 팔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대출 건수는 13건, 2014년 말은 16건이었다.
올해 들어 통합 전 외환은행은 월세 대출 건수가 아예 없었고, 하나은행은 딱 1건이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3건과 4건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 세입자는 한두 달 정도만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금리가 약간 높더라도 짧게 쓸 수 있는 마이너스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월세 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5.30%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배에 가깝다. 대출을 받으려면 집주인-은행-세입자 삼자 간 약정을 맺어야 해 번거롭다. 월세도 버거운 서민 입장에서는 1∼2년 치 월세를 은행빚으로 쌓기보다 차라리 보증금에서 떼는 걸 더 선호한다.
애초부터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한 대학생이나 저소득층 입장에서도 금리가 2%대인 정책자금 대출을 더 선호한다”며 “은행들은 상품을 개발한 뒤 열심히 홍보했지만 고객 입장에선 별 매력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은행 월세 대출 달랑 11건
입력 2015-09-09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