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공천 혁신안(10차 혁신안)을 두고 8일 당내 갈등이 폭발했다. 비주류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혁신안에 반발하면서 혁신안의 당 중앙위원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파 갈등 치유’를 내걸고 지난 5월 27일 출범한 혁신위의 활동이 빛보다는 그림자가 더 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주류, 누적된 불만 폭발=비주류 의원들은 의총에서 혁신안을 비판하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처리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공천과 관련된 룰은 자구 하나도 파장이 크다.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내일(9일) 처리하지 말고 좀 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주류 강창일 의원도 “통합을 이뤄야 할 혁신위가 갈등 분열의 중심축에 서버렸다. 쫀쫀하다”고 비판했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조차 “당원을 무시한 정당은 존재하기 어렵다”며 “당원이 선거운동을 하는데 그 사람들을 배제하고 어떻게 이해와 설득을 구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혁신위가 ‘정치 신인’에게 10%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 신인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병헌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주장과 생각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니까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선 혁신안을 존중하는 것이 공당으로서 가져야 할 예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계파 갈등 그대로, 지지율은 제자리=혁신위는 출범 일성으로 ‘계파주의 청산’을 내세웠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첫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 혁신위원회의 활동기간 중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파의 모임조차 중지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의 계파주의가 완화됐다는 평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계파 갈등은 노골화됐다. 현역 의원 평가, 국회의원 교체 지수 도입 등 혁신안이 발표될 때마다 계파별 유불리 논란으로 당은 들끓었다.
정치평론가 유용화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참여 경선은 사실상 친노(친노무현)에게 유리한 경선이라는 게 여러 차례 증명됐다. 권리당원 배제는 사실상 호남 배제”라며 “혁신위의 중요한 역할은 새정치연합 분열을 막는 것인데 되레 혁신이라는 이상적 명분 아래 당을 분열시키는 공천 혁신안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원 일부는 계파 갈등을 더 키우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비주류 의원의 반발을 ‘기득권’ ‘철새’ ‘영주’ 등으로 반박한 것은 이분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비판이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내영 교수는 “혁신이라는 게 당내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그 내용이 구체화되는데 비노(비노무현)든 누구든 우려를 하게 한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혁신안이 없어서 혁신이 안 되는 게 아니라 혁신이 특정 계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레토릭’이란 의심을 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혁신의 범위를 넘어선 현안까지 건드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5차 혁신안에 담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의원정수 확대 논란이다.
의원정수 확대는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일임에도 혁신위가 이를 제안하면서 방향을 잃었고 여야 공방만 확산됐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회의원 정수, 투표시간 연장 문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정당학회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번 혁신안은 당의 근본적인 이념·조직·인물문제를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파급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혁신위는 정작 당 내부 사안인 한명숙 의원 대법원 유죄 판결, 윤후덕 의원 딸 청탁 전화 논란 등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위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김준석 교수는 “당권을 쥐고 있는 인사들이 외부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건 공정성을 위한다는 것도 있지만 책임을 면하자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의 활동에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 지지율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혁신위 출범 직후인 5월 넷째주 당 지지율은 23%였고, 9월 첫째주 지지율은 22%에 그쳤다.
임성수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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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혁신안 당내 갈등 폭발… 중앙위 통과 불투명
입력 2015-09-09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