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위기와 내수침체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자동차 업계 노조가 동시다발로 파업 수순을 밟아 울산 노동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8일 울산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차도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1980년대와 90년대 초 ‘쌍두마차’로 불리며 국내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현대차 노조와 현대중 노조가 연대 투쟁에 나서 향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지역 노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미포 노조는 지난 7일 오전 6시30분부터 11일 오후 6시30분까지 전체 조합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미포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는 2004년 이후 11년 만이다. 현대미포 노조는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올해 파업한다면 19년만의 파업이 된다.
현대미포 노사는 지난 7월 7일 상견례 후 11차례 교섭했다. 노조는 임금 12만6276원 인상,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성과연봉제 폐지, 직무환경수당 1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9일 4만8000여명의 조합원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22차 임·단협에서 회사가 아무런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9900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도 정규직 노조와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조합원 8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 정규직 노조, 금속노조, 사측 등이 참여하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를 지난달 18일 시작, 4차례 만났으나 성과가 없었다. 비정규직 노조는 투표가 가결되면 정규직 노조와 함께 파업할 계획이다.
부분 파업 중인 현대중 노조는 9일 국내 조선업종 노조연대와 공동으로 4시간 파업을 벌이는데 이어 10∼16일 업무별 4시간 순환 파업을 실시한다. 또 17일 현대차 노조와 함께 태화강 둔치에서 현대기아차그룹사 연대회의 소속 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가 공동 집회를 개최한다.
이처럼 울산지역 대기업들이 연쇄 파업을 예고하자 지역 경제계와 협력업체들은 안타까움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적자의 수령에 빠진 기업들이 경영위기에서 탈출하려면 노사가 협력해 고통을 분담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며 “대내외적으로 힘든 시기에 노조의 파업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울산發 ‘현대家’ 연대파업 긴장 고조
입력 2015-09-09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