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세태] “치매 등 질환 때 재산 분쟁 방지”… 노인 ‘성년후견제도’ 각광

입력 2015-09-09 02:56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뚜렷한 유언이 없으니 형제간 유산 분쟁이 벌어지진 않을까?’ ‘아버지가 만약 치매에 걸린다면… 아버지 재산은 어떻게 되지?’ 이런 생각에서 법원의 ‘성년후견제도’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도 시행 2년 만에 법정후견인이 2400명을 넘어섰다. 성년후견제도는 ‘고령·질병 등 정신적 제약을 겪는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정해 재산 관리와 치료·요양 등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제도 시행 후 올 7월 말까지 서울가정법원에 제기된 후견 개시 심판 청구는 1046건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청구 건수는 4700건을 넘어섰다. 법원 관계자는 “이 중 절반 이상이 치매 노인에 대한 후견인 청구”라고 말했다.

성년후견제도는 2013년 7월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자 제도를 폐지하며 보완 개념으로 도입됐다. 기존 제도는 당사자의 행동을 제한하는 수준이었지만, 성년후견제도는 법적 후견인을 정해 대신 재산을 관리해주고 치료·요양 등을 도와준다. 후견인은 피후견인과의 계약에 따라 부동산·예금 등 재산을 관리하거나 치료·입원 등 신변관리를 수행한다.

최근 롯데그룹 ‘형제의 난’을 계기로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서울의 한 가사전문 변호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리분별이 또렷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알려지면서 (후견제도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주로 자녀들이 많이 묻는데, 자신이 만약 치매에 걸릴 경우를 우려한 노인들의 문의도 많다. 미리 믿을 만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하는 ‘임의후견’ 계약을 해놓으면 가족 간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견인의 ‘재산 남용’이나 피후견인 학대 등 악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후견인을 관리·감독하는 법원은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법원 관계자는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판사 2명과 직원 8명이 1000여건을 관리한다”며 “금치산·한정치산자도 성년후견을 받아야 하는 2018년 7월 이후엔 더 많은 사건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법원이 후견 결정을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인력 배치, 관리 규정 마련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