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슈퍼 예산’ 막 내렸다… 정부 내년 예산 386조7000억 나랏빚 첫 GDP 40% 진입

입력 2015-09-09 02:19

경기부양을 위해 극단적인 확장적 재정 기조를 펴는 ‘슈퍼 예산’ 시대가 막을 내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기대만큼 경제를 살리지 못한 채 성장잠재력 확충에 필요한 ‘실탄’만 소진한 결과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예산(총지출)을 올해보다 11조3000억원(3.0%) 늘어난 386조7000억원으로 편성했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매년 최소 4%대를 유지하던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0조원 늘렸던 올해 슈퍼 예산과 비교하면 대대적인 확장 기조를 탈피하는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자칫 긴축 기조로의 전환이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내년에도 확장 기조를 유지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이 내년 예산안을 당겨 쓴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실질적인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5.5%라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총지출 증가율(2.9%)을 기록한 2010년 예산을 같은 방식으로 직전 연도 추경 지출액(17조2000억원)을 포함해 계산할 경우 총지출 증가율은 9.0%나 됐다. 내년 예산은 최근 10년래 가장 긴축적이었던 2010년 예산안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맨 셈이다. 최 부총리는 이런 상황을 “재정건전성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확장적 예산을 편성했다”고 에둘러 말했다.

386조7000억원의 총지출을 뒷받침할 내년 세입예산 증가폭은 지출 증가폭(3.0%)에 미치지 못하는 2.4%로 잡혔다. 이런 적자예산 결과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37조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3%에 이를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지출의 흑자를 뺀 실질적인 재정건전성 지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 역시 사상 처음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감안할 때 2000년대 이후 경제위기 때마다 등장했던 극단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은 앞으로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실제 정부는 2017년 이후 예산부터는 재정지출 규모 증가율을 기존 4%대에서 줄여 2%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2018년에는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재량지출 비중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지출 등 고정된 지출 항목을 빼고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량권을 발휘할 재정 여력이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없는 살림에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을 전년 대비 21% 늘린 2조1200억원 배정했다. 통상 총지출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던 국방예산도 그보다 높은 4.0%를 늘리기로 했다.

기초연금 등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복지예산 비중은 총지출의 31%를 넘어섰다. 경기부양을 위해 늘려 오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긴축 기조에 맞춰 6.0% 축소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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