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고비용·저효율의 후진적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8일 서울 강남구 르네상스호텔에서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방안 세미나’를 열어 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국제표준화’ 도입을 촉구했다. 김용근 회장은 “임금과 고용 간의 합리적 빅딜이 이뤄져야 한다”며 “회사는 국내에서 생산과 고용(신규채용 포함)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노조는 총액 임금이 경쟁력 강화에 부담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미나에서는 한국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제시됐다. 임금은 높고, 생산성은 떨어지고, 노동유연성은 경직돼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의 평균임금은 9234만원으로 일본 도요타(8351만원), 독일 폭스바겐(9062만원)보다 높았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의 임금상승률은 2007년 이후 연평균 6.6%였다. 반면 폭스바겐의 임금상승률은 2011년 이후 연평균 2.0%에 그쳤고, 2013년 미국 자동차업계 근로자 시급은 10년 전에 비해 21%나 감소했다. 임금은 계속 늘어난 반면 1인당 매출액은 하락했다. 2011년 79만9720달러(9억6046만원)였던 우리나라 자동차업체 근로자 1인당 매출액은 2014년 74만7060달러(8억9722만원)로 줄었다. 1인당 매출액은 도요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로 인해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투자는 10여년 전부터 정체돼 있고, 중국 인도 러시아로 투자처가 옮겨가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이미 위기 국면이며 조만간 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요타는 임금과 노동시장 고용유연성으로 경쟁력 약화를 극복했고, 폭스바겐은 노사 간 임금 20% 삭감 합의를 통해 독일 공장의 포르투갈 이전을 백지화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의 노동유연성이 경쟁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일본 독일 미국과는 달리 비정규직 파견과 대체근로가 금지돼 있다. 파업 요건도 독일과 미국은 엄격하다. 우리나라는 노조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만 있으면 파업이 가능하지만 독일과 미국은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도요타는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인상을 원칙으로 59세가 되면 상여금을 줄여 임금을 낮춘다. 폭스바겐도 목표 생산성 달성 여부에 따라 근로자 개개인에게 차등 적용되는 임금제도를 택했고, GM은 이익공유제도를 도입해 생산성과 연계해 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양동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자동차업계 생산성이 2011년부터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임금과 근로시간의 유연성 회복, 노동법 개정 및 노동정책의 선진화, 경영자와 근로자의 적극적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한국 車기업 임금 높고 생산성 낮아 노사, 임금-고용 합리적 빅딜해야”… 자동차산업協 세미나서 제기
입력 2015-09-09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