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産銀 자회사 20여곳 신속 매각” 대수술 예고

입력 2015-09-09 02:14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비금융 자회사 118개 중 지원 목적이 달성된 곳은 신속히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업무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산업은행이 거느리고 있는 비금융 자회사 중 구조조정이나 창업 지원의 목적이 달성된 기업은 조속히 매각을 추진하겠다”며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도 매각 대상이며 벤처 지분도 팔아야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중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과 함께 비금융 자회사 매각에 관한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 산업은행이 투자한 곳은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이라며 “118곳 중 어느 정도 완성된 업체들을 시장에 돌려주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20여곳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산업은행 업무 전반에 걸친 대수술 작업이 착수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이명박정부에서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사실상 실패하고 국책은행으로 복귀하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에서 가계대출이 3조원이 넘을 정도로 늘었고,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회계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는 질타도 받고 있다. 임 위원장은 산업은행 자회사 중 부실기업으로 문제가 되는 곳은 20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산업은행 자회사 매각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신뢰도가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은행보다 낮아진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1조원대의 자금을 추가 출자할 경우 더욱 떨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은 넓게 보면 BIS비율과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이미 부실 판정을 받은 대우조선해양과 벤처 지분까지 한번에 내놓으면 어느 곳도 제값 받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실기업은 사실 팔 수도 없는 처지”라며 “매각이 가능한 곳부터 분류해야 하는데 아직 몇 군데 자회사를 얼마나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을지 말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