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이 5년9개월째 계류돼 있다. 2009년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이 사건은 계류 중인 장기미제 사건 가운데 최장기 사건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일제 강점기에 징용됐다가 숨진 이모씨의 딸 이윤재(72)씨는 2009년 11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한·일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한일청구권협정 2조 1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는 청구서에서 “협정은 국가와 별개인 개인으로 하여금 가해자인 일본 정부 및 기업에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게 해 재산권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헌재에서 장기미제 사건으로 분류된 채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이 협정은 그동안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는 데 걸림돌이 돼 왔다. 이씨는 탄원서도 보내고 공개변론을 열어 달라는 요청도 했지만 헌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처럼 헌재에 계류 중인 2년 이상의 장기미제 사건은 최근 5년 사이 3배가량 늘었다. 8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헌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43건이던 2년 경과 미제사건은 올 7월 현재 113건으로 급증했다. 2010년 제기된 ‘현대차 파견법’ 사건과 이듬해 ‘패킷감청’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180일(법정처리시한)∼2년 미제사건은 2011년 398건에서 지난 7월 319건으로 다소 감소했다.
서 의원은 “장기간 사건을 지연시키다 종국에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헌재의 행정력 낭비는 물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한일청구권협정 위헌 소원 헌재, 5년9개월째 묵묵부답
입력 2015-09-09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