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협상 끝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확정되면서 향후 남북관계도 계속 대화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도발에 따른 군사적 긴장을 해소한 ‘8·25합의’의 첫 단추가 꿰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합의 내용에 포함됐던 남북 당국회담과 민간교류 활성화 등 후속 조치 이행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이번 상봉 행사가 10월 20일에 열린다는 점이다. 북한이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일인 10월 10일을 전후로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는 또다시 냉각상태로 빠질 개연성이 크다. 자칫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자체가 지난해처럼 또 연기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미·중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위성로켓 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때마다 대북제재 수준을 강력하게 끌어올렸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화할 경우 기존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와 각국별 별도제재를 강화할 게 틀림없다. 그러면 북한은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남북 간 대화테이블을 걷어찰 개연성이 크다. 이미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로켓발사장 증개축 공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든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남북 당국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총력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합의에서 추후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생존자 전체 명단 확인 문제를 논의키로 한 만큼 당국회담이 열리면 첫 번째 의제도 이산가족 문제의 안정적 해결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경원선 복원 문제, DMZ 내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 등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회담은 우리 측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간의 이른바 ‘통·통 라인’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로의 요구가 상반되고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을 풀기 위해선 홍 장관과 김 비서가 가장 적격자이기 때문이다.
일단 ‘1차’ 당국회담이 열리면 8·25합의를 이끌어냈던 우리 측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 장관, 북측의 군 총정치국장과 통일전선부장 간 ‘2+2 회담’ 체제가 재가동될 수도 있다. 통·통 라인과 2+2 대화채널이 잘 풀리면 경제·사회·군사 등 각 분야별 회담이 체계화·조직화될 수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내달 20∼26일 이산상봉] 8·25 합의 첫 결실… 당국회담도 청신호
입력 2015-09-09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