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가족 상봉 규모 확대 및 정례화 절실하다

입력 2015-09-09 00:03
남북이 8·25 합의의 첫 성과물을 내놨다. 남북은 무박 2일, 24시간 동안 진행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다음달 20∼26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8일 합의했다. 상봉이 성사되면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형언하기 힘든 이산가족의 아픔과 고통을 생각하면 상봉행사가 재개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이산가족 수는 6만 6000여 명에 이른다. 1985년 처음 상봉 행사를 시작했을 때 12만여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그 사이 절반 가까운 이산가족이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지 못한 채 숨졌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이산가족의 평균 연령은 80세의 고령이어서 남아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남북 당국이 어떤 현안보다 이산가족 상봉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상봉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정례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 측의 끈질긴 요구에도 북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속내를 이해할 수 없다. 이산가족 상봉의 반대급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이번에 합의한 남북 각 100명씩의 상봉 규모로는 모든 이산가족의 간절한 소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 더불어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도 시급한 과제다. 북측이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해 나가는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비롯하여 상호 관심사들을 폭넓게 협의해 나가기로 한다”고 합의한 만큼 북은 전향적 자세로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상봉 날짜가 걸린다. 상봉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이 되는 10월 10일 이후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일에 즈음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국제사회 제재가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상봉 행사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례도 있다. 북한은 우리 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2013년 9월에 하기로 양측이 합의한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전 파기한 바 있다. 북한이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우를 범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부의 유연성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