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미국의 최남단 섬인 플로리다 키웨스트(Key West)를 찾은 적이 있다. 키는 작은 섬을 뜻하는데 스페인어 ‘카요(Cayo)’에서 왔다. 섬과 섬을 잇는 해상도로에는 다리가 놓여 있는데 가장 긴 다리는 7마일에 이른다. 해상도로를 3시간 가까이 달리면 세계 최고의 일몰 명소인 키웨스트에 이른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역사가 말해주듯 곳곳에는 그림 같은 스페인풍 건물이 늘어서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세 번째 부인과 살았던 집도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찬란한 야경 속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클럽을 순회하며 음악과 함께 흥겨운 밤을 즐긴다. 컨트리, 하드록 등이 울려 퍼지면 춤이 절로 나온다. 클럽 내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서로 뒤엉켜 춤을 추지만 무도(舞蹈) 예절은 스스로 지켜 나간다. 클럽문화의 진수를 만끽하려거든 키웨스트로 가보라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국내 클럽문화의 중심지는 서울 마포의 홍대 앞이다. 홍대 클럽문화는 1994년 ‘드럭(DRUG)’이라는 클럽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현재 허가를 받고 운영 중인 클럽만 300여곳에 이른다.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은 홍대 클럽은 내년 2월 문 닫을 위기에 놓일 뻔했다. 클럽 내 춤추는 것을 금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달 공포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마포구는 최근 ‘클럽 내 댄스문화가 홍대 클럽 고유의 문화’임을 강조하며 중앙정부에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개정안에 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면 객석에서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마포구는 11월 입법예고를 거쳐 올해 말 조례 공포를 추진할 예정이다.
클럽하면 춤을 빼놓을 수 없지만 홍대 클럽은 그동안 도를 넘는 일탈에다 성범죄가 잦다는 비난도 함께 받은 것이 사실이다. 진정으로 춤을 만끽하려면 건전한 클럽문화 정착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번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지.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홍대 클럽문화
입력 2015-09-09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