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의 꽃씨 칼럼] 진정 하나 될 의지가 있는가

입력 2015-09-09 00:24

“성도 여러분, 지금은 국가적으로 매우 위중한 상황입니다. 오늘은 설교를 안 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전심으로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결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대화로 긴장관계가 해결되도록 눈물로 기도합시다.”

지난달 21일 우리 교회 금요철야기도회 시간에 나는 성전을 가득 메운 성도들과 함께 온몸의 진액을 다 짜내어 민족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다. 준비해 온 설교까지 포기하면서. 지난달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는 급랭되었다. 그래서 남북한은 준전시상태에 이르며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금요철야기도회를 드리고 토요일에도 종일토록 성도들과 함께 교회 본당에서 이 땅에 평화를 선물로 달라고 애곡의 기도를 드렸다. 사실 나는 그때 신장결석으로 거의 2주 동안 밤잠을 설치며 통증과 싸웠고 진통제로 순간순간을 버티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아픈 허리 쪽과 아랫배를 부여잡고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아, 그런데 토요일 오후 3시에 그날 6시30분부터 남북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그 자리에 기도하고 있던 교인들과 함께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평화 협상은 쉽게 타결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좀처럼 남북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며 자존심 싸움과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그러던 중 나는 주일 3부 예배 설교를 마치고 나서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심장이 조여 오는 통증을 느꼈다. 급히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로 가서 처치를 받고 입원을 해야 했다.

신장결석의 통증 속에서도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며 생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결국 심장에 이상이 온 것이다. 하지만 병상에 누워서도 나의 관심은 판문점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고위급 접촉에만 가 있었다. 나 스스로 이상하리만큼 병상에서도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장관, 그리고 대통령을 위하여 더 눈물로 기도하였다. 깊은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좋은 소식이 없는가 하고 검색을 하였다. 결국 밤잠을 자지 않는 43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25일 새벽 남북 평화협상이 타결되었다. 병상에서 그 소식을 들으며 깊은 밤중에도 얼마나 ‘할렐루야’ ‘아멘’을 큰소리로 외쳤는지 모른다. 그 순간 나는 지난달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30만명이 모여 눈물로 기도했던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가 떠올랐다.

이번 남북협상을 보면서 평화를 위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어느 한 쪽이든 자존심만 세우고 힘겨루기만 하다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면 그날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교회는 다툼과 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회 문제로 법정에 고발·고소된 사건이 3000건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인간이기에, 그리고 사람이 모인 곳이기에 어찌 다툼과 충돌이 없겠는가.

그러나 하나 되려고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화해와 평화를 이룰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하나 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가. 다투는 교회여, 진정 하나 되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가. 충돌하고 있는 교단과 분열된 연합기관이여, 진정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하고 하나 되려는 결의가 있는가. 그런 결단과 의지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인내하며 대화할 수 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판문점에서 밤을 지새우며 인내하고 끝장 회담을 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한 입으로는 하나를 외치면서도 또 한 입으로 하나 되지 못하는 구실과 명분을 내세워서야 어떻게 하나 될 수 있겠는가. 과연 화해하고 하나 되기 위해서 우리도 밤을 새워서 기도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연합과 일치를 위해 우리도 43시간이 넘도록 끝장 회담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다툼과 분열은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이제 우리 모두 욕망과 교권의 힘겨루기를 끝내버리자. 하나 되기 위한 강한 의지와 인내를 가지고 서로 눈물로 끌어안고 다시 화해와 연합의 꽃씨를 심자. 그럴 때 분열된 한국교회가 다시 하나 되어 민족의 광야에 여명의 새벽을 밝아오게 하는 희망의 빛이 되지 않겠는가.

소강석 (새에덴교회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