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스타? 이젠 베테랑!… ‘베테랑’ 이어 신작 ‘사도’서도 미친 존재감 유아인

입력 2015-09-09 02:48
영화 ‘사도’에서 비운의 사도세자 역을 맡은 유아인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요즘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유아인(29)이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 3세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준익 감독의 신작 ‘사도’에서도 비극과 열정의 캐릭터를 선보인다. ‘완득이’(2011)에서 우직하고 집념 있는 소년 같았던 그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 지난주 시사회에 이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영화의 스토리는 다 아는 내용이다.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숨지는 사도세자. 유아인은 점점 광적으로 변모해가는 외로운 사도로 아버지 영조에 맞서는 장면에서 실제 돌바닥에 머리를 찧는 열연으로 이마에 피멍이 들기도 했다. 지금은 상처 없이 멀쩡하다는 그는 “촬영 내내 주어진 운명에 의문을 던지는 사도의 기질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도세자는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문제는 다 아는 사실을 얼마나 차별성 있게 그려내느냐가 중요했어요.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와, 이랬어?’하고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세상 모든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며 같은 운명을 걸어야 하지만,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간극을 왕과 세자를 통해 들려주는 거지요.”

시사회 때 송강호는 “유아인은 열아홉 살 차이 나는 후배지만 대배우다. 그 나이에 맞지 않는 깊이와 열정, 자세가 있다”고 칭찬했다. 이에 유아인은 “선배님과 함께한 작업은 더할 나위 없는 최고였다. 어떻게 하면 부족하지 않은 파트너로 마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극중 둘 다 고집이 센 캐릭터인데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고 털어놨다.

영민한 세자에서 영조의 질책에 서서히 광기를 드러내다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도가 처한 상황에서 오는 고독, 아버지와 어긋나며 쌓이게 되는 울분, 영조에게 사랑 받는 세손(정조)에게 느끼는 콤플렉스까지 감정 변화를 진실 되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운명을 스스로 거역하는 미운 오리새끼라고나 할까요.”

혜경궁 홍씨 역으로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문근영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가 동갑이었대요.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피눈물 나는 운명을 겪었으니 그 참담함이야 오죽했겠어요? 그런 감정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함께 노력했어요. ‘깡철이’(2013)에서 엄마와 아들 사이로 호흡을 맞춘 김해숙 선배가 이번에 할머니 인원왕후 역을 맡았는데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그러고 보니 ‘사도’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과 ‘베테랑’의 배우가 동시에 출연한다.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없을 리 없다. 유아인은 “영화를 크랭크인 할 때 스태프와 출연진이 제발 500만 관객만 되면 좋겠다고 목표를 정했다”며 “‘베테랑’이 이렇게까지 터질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이번 영화도 ‘암살’과 ‘베테랑’의 기운을 받아 관객이 많이 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역사의 비극이지만 중간에 유머와 해학도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으니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할 것 없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홍보했다. 말을 하는 중에도 반듯한 자세로 다소의 여유를 가지면서 자신감이 넘치는 유아인. 귀여운 청춘스타에서 폭넓은 연기파 배우로 성큼 올라선 그에게서 한국 영화계의 밝은 앞날을 보는 듯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