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세상을 구원한 세 살배기

입력 2015-09-09 00:20

쿠르디. 해변의 모래사장에 얼굴을 파묻은 채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에 싸늘한 시신을 적셔 가며 세상을 향하여 절규한 세 살배기 난민. 처참한 아가의 모습은 너무 가여워서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난민, 그들도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인생이다.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의 맑고 환한 웃음을 지켜주고 안전한 곳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따라 나선 바닷길. 그들은 원하던 땅에 당도하더라도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가며 쉽지 않은 타향살이를 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생명을 보호받을 수 있는 곳으로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난민들에게 희망을 미끼로 거액을 챙기고 그들을 위험으로 몰아넣은 브로커들 때문에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어둡고 차가운 바다에 빠져 모든 것이 쓸려 사라진 것이다. 이 땅의 어른들이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세 살배기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하고 비정했으며, 돈에 눈이 먼 어른들은 이미 악마였다.

드넓은 세상, 풍요가 넘쳐나는 곳곳. 그 작은 발이 내디딜 땅이 정말 아무 곳에도 없었을까? 쿠르디 이전에도 많은 어린 난민이 죽음을 맞았지만 세상은 침묵했고 냉담했다. 지구촌 공동체. 참 아름다운 이름이다. 남의 아픔과 고통을 사랑으로 품지 못하면서 진정 공동체라 이름할 수 있으며, 성숙한 공동체로 잘 발전할 수 있을까?

숨진 쿠르디를 안고 있던 경찰은 난민들이 익사한 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했다. 그렇다. 전쟁, 종교적 갈등, 폭력과 같은 악함은 다 이기심과 탐욕이 만들어낸 수치스러운 모습의 결과들이다.

세 살배기 아가의 죽음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난민 사태 해법의 실마리가 되다니.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귀여운 쿠르디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하여 하늘로부터 잠시 파송된 천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며, 또 다시 이와 같은 일로 지구촌 공동체가 놀라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