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은 다중이용 선박(낚시 어선, 유람선, 도선, 여객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돌고래호 사고에서 과오는 그대로 되풀이됐다. 사고 선박에 선박위치발신장치(V-PASS)가 있었고, 침몰과 함께 V-PASS 신호가 끊겼는데도 해경 근무자는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아무리 장비를 보강해도 운영이 허술하고 근무가 태만하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모니터에서 배 사라졌는데도 ‘깜깜’=7일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돌고래호는 지난 5일 오후 7시 제주도 추자항을 떠났으나 7시39분 V-PASS 신호가 끊기면서 항적표에서 사라졌다. 당시 배에 물이 찼거나 이미 전복돼 승객들이 높은 파도와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 해경 근무자가 항적 소멸을 이상하게 여기고 돌고래호가 사라진 지점에 출동했더라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경에선 아무도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추자해경안전센터는 1시간쯤 후인 오후 8시10분 인근 어선인 돌고래1호 선장이 직접 찾아와 “돌고래호와 전화가 안 된다”고 알렸는데도 승선자와 통화를 시도하느라 40여분간을 또다시 허둥댔다. 심지어 승선하지도 않은 박모(43)씨가 “돌고래호를 잘 타고 가고 있다”고 한 거짓말에 속아 돌고래호가 전남 해남으로 향해 중인 것으로 오판했다. 박씨가 10분쯤 후 돌고래호에 승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토하고 나서야 구조에 나섰다.
결국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상황센터에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후 9시3분, 해경의 구조활동이 시작된 건 9시10분이었다. 돌고래호가 전복된 지 1시간20분가량 지났지만 해경은 아무도 몰랐던 셈이다. 또다시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경 등에 따르면 선박들이 V-PASS를 켜놓고 운항을 하면 해당 선박의 이동경로가 모니터링된다. 선박이 입·출항할 때 관할 해경의 상황실과 안전센터, 출장소에서 입·출항 시간이 기록되고 모니터에 선박의 명칭인 선(船)명과 선박 속도는 물론 운항 방향까지 모두 표시된다.
돌고래호 사고 당시 악천후였기 때문에 추자안전센터에서 출항 모니터에 표시된 다중이용선(낚시 어선)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해경이 모니터만 제대로 보고 있었다면 돌고래호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경비정을 급파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표류 예측 시스템도 무용지물=해경은 조류의 방향과 유속을 근거로 표류된 선박 및 실종자의 위치를 찾기 위해 국립해양조사원이 개발한 표류 예측 시스템을 2011년 도입했다. 해경은 돌고래호 사고 당시 이 시스템을 활용해 교신이 끊긴 지점을 중심으로 동쪽 해역을 집중 수색했다.
하지만 돌고래호는 11시간 정도 뒤인 6일 오전 6시25분 추자도 남쪽 무인도인 섬생이 남쪽 1.1㎞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발견 위치는 교신이 끊긴 지점과는 직선거리로 2∼3마일 떨어진 추자도 남쪽 해역이다. 해경이 집중 수색한 지역과는 정반대편으로, 해경이 자랑하는 표류 예측 시스템이 완전히 어긋난 셈이다. 해경이 이처럼 엉뚱한 곳을 수색하는 사이 실종자의 시신은 추자도 주변 해역 곳곳으로 흩어졌다.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표류 예측 시스템을 근거로 동쪽 해역을 집중 수색했는데 실제 배가 발견된 지점은 사실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김재중 기자, 해남=김영균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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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08 0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