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2열(운전석·조수석 뒷자리) 시트 아래에 녹이 생겼어요. 당장 리콜(제작결함 시정조치)이 필요합니다.”
최근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아자동차의 신형 쏘렌토와 쌍용자동차의 코란도C·티볼리 등 SUV 3개 차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구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차량에서 2번째 또는 3번째 시트 아래쪽 철 프레임에서 녹이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는 지난달 신형 쏘렌토의 시트 녹에 대한 신고만 300여건이 접수됐다. 차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쌍용차는 지난달 1일부터 시트 녹에 대해 무상 수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다른 차량에서도 시트 녹은 일상적으로 발견된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무상 수리 캠페인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차들은 무상수리가 되는 것이지 소비자의 요구대로 리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차량 결함 신고 늘고, 리콜도 늘고=최근 자동차 제작결함 신고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 부품 수가 늘고 전자장치가 많아지면서 결함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제작결함 신고는 4999건을 기록했다. 2010년 1850건보다 1.7배 증가했다. 결함 신고가 늘면서 리콜 차량 대수도 2010년 27만905대에서 지난해 86만9808대로 2.2배 증가했다.
결함이 늘수록 당국에 대한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결함 신고가 리콜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접수된 차량 수백 종에 대한 신고 가운데 리콜 조치된 차종은 32종에 불과했다.
물론 소비자의 판단과 실제 리콜의 괴리는 리콜 제도에 대한 일부 소비자의 오해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발간한 ‘자동차 리콜 가이드라인’을 보면 리콜 요건은 제작결함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신형 쏘렌토, 코란도C, 티볼리의 시트 녹은 안전운행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리콜 대상이 안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운행과 관련되지 않은 제작결함은 소비자가 알아서 수리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운전자·탑승자 안전과 무관하지만 제조사 잘못으로 차량에 결함이 발생했다면 국토부는 제조사에 무상 수리를 하도록 권고한다. 리콜은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전 차량에 대해 소비자에게 고지해 무상으로 부품을 교환해주는 데 반해 무상 수리는 문제가 발생한 차량에 대해서만 수리를 해준다는 차이가 있다. 또 리콜은 제조사가 수리 현황을 국토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무상 수리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국토부가 신고 차량의 문제를 점검하기 전에 제조사가 캠페인을 통해 무상 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리콜 규정 모호할 때 문제=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것은 안전운행을 방해할 정도여서 리콜이 될 법한 결함인데도 리콜이 안 되는 모호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9년 생산된 르노삼성차의 SM3는 장시간 주차 후 시동을 걸 때 가끔 전자제어장치(ECU)가 작동해 출발이 되지 않는 현상이 있었지만 리콜 대신 무상 수리로 결정났다. 2005년 생산된 젠트라는 종종 와이퍼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했지만 이 차량도 리콜되지 않았다. 규정의 명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녹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한국소비자원 양종석 차장은 “시트처럼 안전운행과 무관한 부분의 녹은 리콜 대상이 아니어도 필라(기둥) 같은 곳에 발생한 녹은 리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 정의경 자동차운영과장은 “녹에 관한 리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셈이다.
한국 리콜 규정의 모호함은 오랫동안 문제가 돼 왔다. 소비자원 정용수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리콜 제도의 실효성 제고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에 대한 해석이 이해관계자 간 견해차가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한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자동차 리콜을 안내하는 소책자 등을 통해 안전과 관련된 결함에 대해 명확히 정리하고 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Wide&deep-자동차 결함 신고 급증, 소비자 불만도 급증] 새 車가 녹슬었는데 리콜 안 된다고요?
입력 2015-09-08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