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도 않고… 사겠다고요?

입력 2015-09-09 02:55

옷도 입어보고 사고 신발도 신어보고 사지만, 자동차는 타보지 않고 사는 사람이 많다. 자동차를 시승하지 않고 구매하는 비율이 48.5%에 달한다는 시장조사결과가 8일 공개됐다. 한국지엠이 최근 1년 이내 신차를 구매한 20∼59세 고객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신차를 구입한 고객 절반 정도는 다른 차종과의 비교나 시승 없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접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을 구매했다. 자동차 정보를 1차적으로 입수하는 경로는 언론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한 제품 정보 검색, 지인 추천의 비중이 높았다. 다만 본격적인 구매를 위한 가격 등 차량 정보는 ‘카 매니저(대리점 영업사원)에게 구한다’는 응답이 34.6%로 가장 많았다. 차량을 구입할 때 인터넷 검색이나 귀동냥을 해본 다음 대리점에 가서 영업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차를 구매하는 패턴이다. 현재 보유 중인 차량을 구입한 이유는 연비·성능이 우수했기 때문이라는 답변(24.7%)이 가장 많았고, ‘가격이 저렴하다’(17.4%)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14.8%)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시승하지 않고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자동차는 개인적인 선호도가 무척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시승을 해본 다음 구매해야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승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회사 홈페이지에 시승 신청을 하면, 며칠 뒤 시승센터나 대리점에서 일정을 잡아 시승하는 형태다. 대리점 직원이 동승해서 대리점 주변 등을 돌아보는 코스다.

현대·기아차는 전국 47개 시승센터(현대차 29+기아차 18)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홈페이지이나 자신의 집 부근 대리점에 신청하면 시승할 수 있다. 시승센터 중 29개는 수입차와 현대·기아차를 동시에 타볼 수 있는 ‘수입차 비교시승센터’다. 현대·기아차의 시승센터 이용건수는 2012년 이후 3년간 20만5000여건이다. 1년에 7만명 정도가 현대·기아차 시승센터를 이용하는 셈이다.

한국지엠은 이번 달부터 단계적으로 각 대리점에 2000여대의 시승차를 투입해 전국적인 고객 시승 프로그램인 ‘드라이브 쉐보레(Drive Chevrolet)’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승을 해본 다음 자동차를 구매하라는 메시지다. 마크 코모 부사장은 “쉐보레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국 자동차 소비문화에 새로운 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차 시승은 주로 대리점을 통해 이뤄진다. 각 수입차 홈페이지에 시승을 신청하거나 직접 대리점에 연락해 시승 일정을 잡으면 된다. 시승을 하지 않는 이유는 ‘차를 사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산차와 수입차 업체 관계자들 모두 “시승에 너무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일상적인 시승 외에도 각 자동차 회사들은 여러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아차, 쌍용차, GM코리아 등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홈페이지 응모와 추첨을 통해 차를 빌려주는 시승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