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자신감 붙은 朴대통령, 대구에 간 까닭은… ‘개혁 드라이브 매진’ 의지 분석

입력 2015-09-08 02:06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경북 경주시 신라 왕경 발굴조사 현장을 방문해 조사단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 대통령이 경주 방문에 앞서 대구 서문시장의 한 구두가게에서 새로 산 검은색 구두를 신기 위해 신고 있던 아이보리색 구두를 벗는 장면. 청와대사진기자단·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았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의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대구시 업무보고를 받고, 국정과제 주요 전략인 ‘창조경제’를 처음 언급했던 대구 서문시장도 방문했다.

특히 임기 반환점을 돈 박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합의, 중국 방문 등을 마친 뒤 바로 대구를 찾은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대외행보로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상승한 데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내 현안인 노동개혁 등의 과제 이행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청와대도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지자체의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국정 2기’ 개혁과제를 지방정부와 함께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역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취임 첫해인 2013년 12월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대구시 업무보고는 당초 지난달 21일 예정됐지만, 박 대통령은 당시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이 일정을 연기했다.

박 대통령은 대구시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남북 합의, 방중 성과 등을 소개한 뒤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외교적인 역량을 발휘해 나가면서 국내적으로는 경제 활성화와 국가미래를 위한 개혁을 이루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을 열거하면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대구는 과거 우리 경제발전의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라며 대구만의 성장모델 확립, 신성장산업 육성, 청년일자리 창출 및 노동개혁 등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진 오찬에선 “우리가 산을 오르다 보면 마지막 한 고비를 흔히 ‘깔딱고개’라고 한다”며 “그 고비를 넘기는 게 아주 힘들 때가 있는데 우리나라도, 대구도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반드시 더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국에 가셔서 대구산 선글라스를 쓰고 열병식 보시고, 여독이 풀리지 않았는데 대구에 오셨다”며 “대구 고향지역에 대한 대통령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서 착용한 선글라스는 대구 중소기업 ‘시선’ 제품이다.

박 대통령은 오찬 뒤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들을 격려했다. 서문시장 방문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9월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문시장을 찾기 직전 기자간담회를 하고 “창조경제가 필요한 시기”라며 대표적 경제정책 기조인 창조경제를 처음 언급했었다. 박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에게 ‘팔도명품 상품권’을 소개하는 등 전통시장 발전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시장에서 개량한복 상의, 신발, 만두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번 대구·경주 방문에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이 수행했다. 그러나 대구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초청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현장 점검을 겸한 업무보고에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대통령께서 더 많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시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