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루스(Duluth) 모델에서 가정폭력은 더 이상 한 부부나 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사회가 함께 개입하고 대응해야 할 범죄입니다.”
미국의 비영리기구 ‘가정폭력개입 프로그램(DAIP)’의 존 베이어 이사장과 제니퍼 로즈 피해자 지원 컨설턴트는 7일 서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가정폭력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가정폭력에 대처하는 ‘덜루스 모델’을 실행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덜루스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작은 마을이다. 1981년 이곳에서 한 여성 사회운동가가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주창했다. 범죄 신고에서부터 경찰, 검찰, 법원에 이르는 사법처리의 모든 단계에서 ‘가정폭력은 지역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이 모델은 미국 대다수 주와 도시에서 경찰·지역사회가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덜루스 모델의 특징은 가해자에 대한 체포를 의무화했다는 것이다. 덜루스 경찰서 부서장을 지낸 베이어 이사장은 “과거엔 가정폭력 가해자를 꼭 체포할 필요가 없었지만 1980년대 초부터 체포가 의무화됐다”면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정폭력은 옳지 않은 일이고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현재 미네소타의 경찰관은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72시간 내에 가정폭력 가해자를 체포할 수 있다.
경찰이 수사 초기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지역사회가 공유한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로즈 컨설턴트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가 경찰의 보고서 내용을 볼 수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면밀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덜루스 모델을 30여년간 시행하면서 큰 변화가 이뤄졌다. 로즈 컨설턴트는 “예전에는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해자에 초점이 맞춰진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덜루스 모델이 적용된 지역에서 가정폭력 가해자의 68%는 이후 8년간 다시 범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어 이사장은 “우리 모델은 지난해 유엔 여성위원회 미래정책상을 수상했다”며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주최하는 ‘해외 전문가 초청 가정폭력방지 토론회’에 참석해 덜루스 모델을 소개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인터뷰] 美 ‘DAIP’ 존 베이어 이사장 “가정폭력, 지역사회가 개입하고 대응해야 할 범죄”
입력 2015-09-08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