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문제를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7일 열린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법 개정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사정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큰 틀의 대타협을 이룰지 주목된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이슈만을 중점 논의하기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쟁점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논의하기 시작한 이후 노사정이 두 가지 쟁점만 따로 토론한 것은 처음이다. 토론회는 시작부터 두 쟁점이 노사정 대타협을 막을 만큼 필요하거나 급한 이슈가 아니라는 데 집중됐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마지막 능선을 넘기 위한 결단의 시기에 일반해고와 취업규칙의 두 가지 쟁점은 치명적 이슈(killer issue)가 아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지순 고려대 법대 교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일반해고 요건 관련 정부 지침 모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개선할 필요성은 있지만 정부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취업규칙 변경과 해고제도는 공감대를 형성한 뒤 법제화를 통한 제도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계가 반대하는 가운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행정지침을 강행하는 것은 효과 없는 갈등만 일으킬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대 교수는 “정부 가이드라인은 법적 다툼 발생 시 실효적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아 오히려 기업에 막대한 소송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임금피크제 등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청년 채용 효과를 가질 법한 곳은 대부분 대기업인데, 이들은 조직화된 노조가 있다”면서 “노사 간의 임단협이 행정지침에 우선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침은 갈등만 일으키고 효과는 못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도 가이드라인 형태의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은 “취업규칙 변경과 근로계약 해지 등 제도화에는 찬성하지만, 정부 지침보다는 입법적 해결로 합리성·명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정 안팎에서는 두 가지 이슈가 결국 중장기적 과제로 미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노사정 간사회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사정 4인 대표자들이 결단을 내리도록 위임한 상황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토론회 내용 등을 모두 종합해 대표자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노동시장구조개선 토론회]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법제화로 해결해야”
입력 2015-09-08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