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툭 하면 사고 터지는데… 軍, 관심병사 절반 축소 ‘관리 역행’

입력 2015-09-08 02:42

군이 병영 내 총기사고 등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아 특별 관리하던 ‘관심병사’의 수를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심병사 치유 프로그램도 전혀 개선되지 않거나 대폭 축소됐다. 군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안이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6월 30일 기준) 보호·관심병사는 4만9841명으로, 지난해 9만6081명의 절반 수준이다. 6개월 만에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병사 4만6240명이 관리 대상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이는 국방부가 올해 관심병사 분류체계를 기존의 3단계(A∼C등급)에서 2단계(도움·배려그룹)로 조정하면서 ‘입대 100일 미만자’ 등을 관심병사 대상에서 일괄 배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도 자살한 병사 13명 가운데 8명이 관심병사였을 정도로 관심병사의 군내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관심병사 관리에 행정력이 과도하게 투입되고, 관심병사라는 명칭이 이른바 ‘낙인효과’만 불러오는 부작용 때문에 관심병사 수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전 의원실에 “입대 100일 미만자를 C급 (관심)병사에 넣다보니 관리 소요가 너무 많아서 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전체 병사의 20%가 관심병사가 될 정도로 지나치게 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특별한 근거 없이 관리 대상만 줄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군이 관심병사 치료를 목적으로 운영 중인 ‘그린캠프’ 역시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그린캠프 프로그램 가운데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지휘관과의 대화’를 ‘군단장과의 대화’로 바꾼 것과 ‘찜질방 대화’를 추가한 게 전부였다.

그린캠프는 관심병사들을 2주간 입소시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국감 때도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그린캠프 프로그램 개선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심도 있는 연구가 안 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강사비가 증액되지 않아 외부 강사 섭외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군이 그린캠프 발전을 위해 증액 요청한 17억원 가운데 프로그램 개선 비용은 3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4억원은 시설 개선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또 기존 사단급 부대 복무 부적응자를 대상으로 4박5일간 운영하던 ‘비전캠프’를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찾아가는 행복플러스’로 대체했다. 하지만 대체 프로그램은 군종장교가 격오지를 방문해 진행하는 2시간짜리 프로그램에 불과해 실효성이 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은 “군이 실질적 제도 개선이나 명확한 분류 기준 없이 관심병사 수를 절반으로 줄인 것은 도움이 필요한 병사들 관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병사 치유 프로그램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되레 후퇴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