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음과모음 새 대표에 정은영 편집주간

입력 2015-09-08 02:31 수정 2016-09-26 19:44
정은영 자음과모음 대표

문학 출판사에서 편집자 출신 40대 여성 대표가 탄생하고 있다.

7일 출판계에 따르면 자음과모음은 지난 1일부터 정은영(46) 편집주간이 새로 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자음과모음에서는 2013년 5월 소설가 황석영씨 등의 일부 소설이 사재기 논란에 휩싸이며 오너 강병철(51) 대표가 물러났다. 직후부터 문학평론가이자 대표 편집위원인 황광수 대표 체제로 2년간 운영돼 왔다. 이번에 복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강 전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재무 등에만 관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음과모음은 올해 들어서도 편집자 윤정기씨에 대한 부당인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정 신임 대표는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출신으로 1993년 실천문학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문학 전문 편집자로 잔뼈가 굵었다. 자음과모음에는 2008년 합류했다. 세심한 일처리와 외유내강형 리더십으로 상하의 신망이 두텁다. 최근 윤씨에 대한 복직 결정과 사측의 민·형사소송 취하 등을 막후에서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강 전 대표가 공격적 마케팅과 확장적 경영을 해왔다면 정 대표는 내실을 다지는 스타일을 구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지난 6월 중순 불거진 작가 신경숙씨 표절 논란 이후 창비와 함께 ‘문학 권력’으로 지목돼온 문학동네에서도 여성 대표가 검토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학동네는 강태형(58) 대표와 93년 창간 원년 편집위원 6명이 다음 달 23일 주주총회를 통해 물러나는 인적 쇄신이 추진되고 있다. 새 대표로는 염현숙(46) 현 편집이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숙명여대 독문학과를 나온 염 이사는 문학과지성사를 거쳐 2000년대 초반부터 문학동네에서 일해 온 베테랑 편집자다.

출판시장 자체가 2∼3년 단위로 이직이 잦지만 정 대표와 염 이사는 그런 시류와 상관없이 한 조직에서 뿌리를 내리며 조직을 키우는 데 기여해 온 ‘우직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너 사장의 대표 이양 기조에는 갈수록 위축되는 출판시장의 냉혹한 현실이 배경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출판계에서는 두 오너 모두 공격적인 업무 스타일로 영화, 카페, 베이커리 등 출판 이외 부문에도 관심을 보여 왔던 만큼 출판사는 수성형 내부 전문가에게 맡기고 다른 분야에서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