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가족 상봉 재개,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를

입력 2015-09-08 00:57
남북한은 7일 판문점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가졌다. 북의 DMZ 지뢰도발로 야기된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북은 원래 이산가족 상봉에 소극적이다.

이에 박근혜정부는 일회성 만남도 중요하지만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확인, 서신교환 및 화상상봉, 고향방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19차례 상봉이 성사됐지만 만남의 기회를 가진 사람은 200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이 남측 요구를 전폭적으로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족 상봉을 자주 하다 보면 자신들의 폐쇄적인 체제가 이완될 수 있음을 염려해서다. 우리로서는 꾸준히 설득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산상봉이 인도적 사안임에 분명하지만 정치군사적인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 전반에 화해협력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각각 두 번과 한 번씩밖에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따라서 이산가족 문제에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한다면 남북관계 전반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관련해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할 경우 우리가 수용을 적극 검토하는 게 옳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박근혜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가동하기 어렵다. 8·25 남북 합의문에 따라 당국자 회담이 성사될 경우 우리가 좀더 전향적인 자세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화 분위기가 깨지지 않도록 상황관리를 잘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행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