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이라는 교육이념으로 설립됐다. 과연 로스쿨은 다양한 법조 인력을 양성하고 있을까. 현재까지 통계로는 로스쿨이 국제화·다원화 시대를 대비하는 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설립 취지와 달리 법학 비전공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점점 떨어지는 대신 법학 전공자의 합격률이 해마다 껑충 뛰고 있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변호사시험 자료를 보면 로스쿨 졸업생이 치르는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중 법학 전공자 비율은 2012년(제1회) 38.04%에서 올해(제4회) 58.66%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합격자 비율은 61.96%에서 41.34%로 하락했다. 지난해 제3회 변호사시험부터는 법학 전공 합격자(825명)가 비전공자(725명)를 앞서기 시작했고, 올해 이 차이가 271명으로 더 벌어졌다.
이런 추이는 법학계열 학생들이 점점 많이 로스쿨 입시에 합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스쿨 내 법학 전공자는 2009년부터 증가일로를 걸어 2012년 과반이 됐다. 이를 두고 로스쿨 학생 구성부터 법조인 다양화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로스쿨을 유치한 주요 대학에서 법학과가 사라지며 이 비중은 지난해부터 하락하고 있다.
로스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사시험이 획일화·관료화된 사법시험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사법시험 합격자 가운데 법학 비전공자의 비중은 20%에 미치지 못한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최근 보고서를 펴내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학부 전공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다양성, 전문성, 국제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법조계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사법시험에서 전공 다양화의 기류가 감지된다고 말한다.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중 법학 비전공자의 비중은 2012년 14.43%에서 지난해 18.63%로 소폭 늘었다. 올해 진행 중인 사법시험은 1차 합격자 가운데 법학 비전공자의 비중이 21.90%로 집계됐다.
로스쿨을 특혜로 보는 쪽에서 줄기차게 지적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별 성적·석차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비공개로 남게 됐다. 일부 국회 법사위원이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지난 6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라 해당 정보가 합격자 본인에게만 공개하는 개인정보임을 명확히 했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과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가 위헌이라며 지난달 27일 헌법소원을 낸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헌재의 김창종(58) 안창호(58)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두 재판관의 자녀가 로스쿨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져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변호사시험 법학 전공자 합격 비중 갈수록 증가… 법조인 다양화 도입 취지 역행 비판
입력 2015-09-08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