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승객들은 물론 해경까지도 안전불감증에 빠졌으니

입력 2015-09-08 00:58
“시신이라도 찾아서 돌아가고 싶어요.” “해경이 뭐 했는지 등 진상규명을 해주세요.” 세월호 참사 때 많이 들었던 내용이다. 1년4개월여가 흐른 지금 전남 해남군 다목적 생활체육관에 이런 구호들이 울려 퍼지고 있다. ‘돌고래호’ 전복 사고 실종자들의 절규다.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울렸던 그때의 목소리들로 착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이번 사고는 세월호 때와 흡사하다. 작은 세월호 참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도 돌고래호를 침몰시킨 것은 ‘안전불감증’이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해 보면 돌고래호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졌다. 사고가 난 추자도 해역은 고급 어종이 많이 잡혀 주말에는 배가 모자랄 정도다. 이러다 보니 안전은 뒷전이고 손님이나 선주나 허세를 부리면서 무리한 운항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폭우가 쏟아지고 너울성 파도까지 치고 있는데도 돌고래호가 출항을 강행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정확하지 않은 승선자 명단이나 선장과 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외면한 점 등도 안전 의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경의 무능과 무책임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세월호 당시처럼 해경은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세월호 부실 대응으로 국민안전처 산하로 재편됐는데 말이다.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5일 오후 7시38∼40분에 끊겼는데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나 해경안전본부는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 악천후일 때는 안전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해경은 이를 외면했다. 모니터링만 제대로 했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해경은 돌고래1호 선장의 신고를 받고서야 승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승선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화하는 등 확인하는 데만 23분이나 걸렸다. 구조 ‘골든타임’을 날려버린 셈이다. 더욱이 상황이 발생하면 조치와 함께 동시에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추자안전센터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조치 후 늦장 보고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세월호 이후 ‘안전 대한민국’ 구호 아래 각종 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1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의 안전 의식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벌써 잊은 듯하다.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고, 당국의 무능은 되풀이되고 있다.

아무리 참신하고 기발한 대책들이 나온들 구성원 하나하나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안전사회는 정부와 국민 모두의 노력과 희생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것이 세월호 참사와 이번 사고 사망자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