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회담에 조건 없이 응하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공천학살 차단’ ‘계파정치 종식’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오픈프라이머리 관철에 정치 생명까지 걸었다.
하지만 당 내부, 심지어 김 대표 측근들까지도 제도가 가진 허점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반발한 친박(친박근혜)계와 보조를 맞추지는 못하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총선 경쟁력 약화 때문이다.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말은 못하고 속만 끓이는 양상이다.
우선 오픈프라이머리가 실시될 경우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내부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7일 “오픈프라이머리나 상향식 공천을 실시할 경우 영입 대상 우수 정치 신인들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만 몰리는 현상이 심화돼 우수 인재 적정 배치를 통한 다수 의석 확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재영입위원회 등 당 공식 기구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다는 점 때문에 총선을 통한 인재 수혈이나 ‘물갈이’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자는 취지의 미국식 제도인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지 않을 경우 오히려 새누리당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민관심 부족으로 오픈프라이머리 투표율이 10%도 안돼 결국 ‘동원 선거’ 양상으로 흐를 경우 제도 도입을 밀어붙였던 김 대표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새정치연합이 지난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100%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했지만 각종 불법·편법 의혹이 제기되면서 동원 선거 논란이 일었고, 모바일 경선 과열로 투신자살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또 국민 참여가 높지 않을 경우 과거 하향식 공천 때보다 후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한 당직자는 “총선 때마다 2등, 3등 하는 인사들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치러봐야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이런 지역들은 지명도 높은 인사를 전략 공천해야 하는 게 총선에선 더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정당정치의 근간인 진성당원제와 충돌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남권 한 재선 의원은 “무소속 유권자나 다른 정당원에게도 투표 자격을 개방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꼬박꼬박 당비를 내는 당원의 의견을 듣는 통로를 봉쇄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지역에서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부 지적에 당 지도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정당민주주의의 완결판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추진한 것을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내 일각에선 “야당이 합의를 해주지 않아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장 도입을 못하지만 그래도 취지를 살려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는 식으로 결론이 나는 게 사실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편으로 당 지도부는 오픈프라이머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역선택’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한 정당 소속 당원의 다른 정당 경선 참여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금지규정’을 공직선거법에 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기획-새누리, 오픈프라이머리 속앓이] 도입… 승리 장담할 수 없고 반대… 당론 물릴 수도 없고
입력 2015-09-08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