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을 갖춘 당찬 여성 장교들이 금녀의 벽을 하나씩 허물고 있다. 해군 1함대사령부 소속 초계함 안동함 부함장인 홍유진(38·사관후보생 97기) 소령은 해군 최초로 고속정 정장을 역임했다.
2002년 임관한 홍 소령은 군수지원함 행정관을 지내고 상륙함 갑판사관을 거쳐 2011년 고속정 정장을 맡았다. 고속정 정장은 해군 최전선에서 전투를 치러야 하는 창끝부대의 지휘관이다. 긴급상황 발생 시 혼자서 판단하고 부하들을 이끌어야 한다. 홍 소령 이후 고속정 정장을 거친 여군은 20명이다. 홍 소령은 “최초 여군 해상지휘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며 “해군 첫 여군 구축함 함장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기진(34·해사 58기) 소령은 해군 최초 링스 해상작전헬기 조종사다. 2004년 임관해 현재까지 1400여 시간 비행기록을 갖고 있는 양 소령은 12년간 군생활 가운데 9년을 링스헬기 조종간을 잡았다. 부조종사를 거쳐 지난해 정조종사가 됐다. ‘잠수함 사냥꾼’으로 불리는 링스헬기는 적의 수중·수상 세력에 대한 감시·정찰 활동과 대잠·대함 작전을 수행하며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된다.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투입돼 해상 20m 상공의 저고도 비행을 해야 해 링스헬기 조종사에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여군 전투기 조종사도 낯설지 않다. 박지연(37·공사 49기) 소령은 1997년 첫 여성 공군 사관생도로 입교해 2002년 첫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2007년에는 최초의 여성 전투기 편대장이 됐다. 전투기 편대장은 3대의 전투기를 지휘해야 해 최상의 조종 실력은 기본이고 고도의 상황판단 및 지휘통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편대장이 된다는 것은 공중 지휘관의 모든 능력을 구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소령의 뒤를 이어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는 여군은 20명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적 공중도발에 즉각 대응하고 탄도탄 위협으로부터 영공을 수호하는 방공유도탄 부대에도 여군 작전 방공포대장이 나왔다. 이영미(37·학사 107기) 소령은 2002년 임관 시 남자들도 힘들다는 방공포병을 지원했다. 제3방공유도탄여단 상황실장 등을 거친 이 소령은 방공포대장으로 영공방위 최전선에서 강도 높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육군에도 지난해 최초의 여군 포병장교가 탄생했다. 홍지혜(27·육사 70기) 소위는 지난해 6월 말 6사단 포병대대에 배치됐다. 육군 여성 포병장교는 9명이다. 현재 여군은 전시 적지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특별한 신체조건이 요구되는 5∼9개 병과를 제외한 모든 병과에서 근무할 수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여군 65년 1만명 시대] ‘禁女의 벽’ 허무는 당찬 여성 장교들
입력 2015-09-08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