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 서핑’이라는 말이 있다. 잠을 잘 수 있는 긴 소파를 뜻하는 ‘카우치(Couch)’와 인터넷 검색을 의미하는 ‘서핑(Surfing)’의 합성어다. ‘카우치 서핑’은 여행자와 여행지의 무료 숙소를 제공하는 현지인을 연결해 주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그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 보스턴의 한 대학생이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여행 목적지의 대학생 1500여명에게 숙소 제공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가 약 50명의 학생에게서 답장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지금은 전 세계 20만개 도시에 100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카우치 서핑’은 공유경제의 한 사례다. 공유경제는 개인 소유를 기본으로 하는 전통 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주택, 자동차 등 자산은 물론 지식, 서비스도 나눠 쓰면서 합리적 소비를 실현한다. 렌터카 형식으로 자동차를 함께 사용하는 ‘쏘카(Socar)’, 아이에게 맞지 않는 옷을 교환해서 입히는 ‘키플(Kiple)’ 등이 대표적이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정부 3.0과 다르지 않다. 공유경제가 공유,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정부 3.0은 공공정보의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을 통해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제 활동의 창의적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정보의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이 필요한 곳이 산업현장이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18만여개 사업장에서 1700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이 중 산업재해로 해마다 9만여명이 다치고, 2000명 가까이 사망한다. 하루 5명이 숨지고 250명이 다치는 셈이다.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위험에 대한 정보의 공유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사고도 모기업과 협력업체 간 소통 부재가 원인이었다.
다행히 산업현장에 안전보건에 관한 소통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사고 원인과 대책, 재해 사례 등의 사업장 내 정보 공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공단도 산업현장 안전보건 정보의 국민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얼마 전 우리 공단은 ‘미디어 현장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업장에서 온라인으로 안전보건 자료를 신청하면 3일 이내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공단 직원이 사업장을 방문할 때 자료를 보급해 왔다. 원하는 자료를 제때 받지 못한 사업장의 불만이 제기됐고, 공단은 서비스 방식을 개선했다. 현장 활용도가 높은 자료를 온라인으로 통합 관리하고 필요한 사업장에 적시에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사업장에서는 온라인으로 원하는 자료를 클릭만 하면 된다. 자료 구매 비용은 무료다.
‘위험 기계 기구 종합 정보 시스템’도 구축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위험 기계 기구의 안전인증 여부, 안전검사 이력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올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민간 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기계 기구에 의한 산업재해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1만7000여종의 화학물질 정보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또한 근로자 건강센터를 설치, 운영해 안전보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등 안전보건 정보와 서비스의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창조경제 시대의 새로운 부가가치 모델로 주목받는 것처럼 정부 3.0이 산업현장 재해예방의 새로운 해법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민과 소통하는 안전보건 서비스를 통해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국가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길 희망한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기고-이영순] 산업안전은 ‘정부 3.0’으로
입력 2015-09-08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