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밀러 감독의 자기복제 리메이크작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보던 중 생뚱맞은 경험을 했다. 영화의 내용과는 전혀 동떨어진 클래식음악이 중간에 흘러나온 것. 베르디의 진혼곡(레퀴엠) 중 ‘진노의 날’. 영화에 클래식음악이 삽입되는 건 항용 있는 일이지만 이 영화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없을 듯싶다.
클래식음악을 삽입함으로써 영화가 살아나고 덩달아 음악까지 유명해지는 사례는 많다.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1967)과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 C장조 2악장. 음악이 어찌나 영화와 잘 어우러졌던지 본래 명칭 대신 보통 ‘엘비라 마디간 콘체르토’라고 일컬어진다.
영화에 삽입돼 더 유명해진 또 다른 모차르트 음악이 있다. 클라리넷협주곡 A장조 2악장 K622.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에 쓰였다. 부드러운 목관악기 소리가 아프리카의 광활한 배경과 그토록 잘 어울릴 줄 누가 알았으랴.
발군은 단연 월트 디즈니의 ‘판타지아’다. 1940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다. 그 아름답고 기발하고 멋진 화면과 마치 오리지널 배경음악인 것처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클래식음악의 조화는 그 어떤 영화도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걸작이다. 특히 마지막 세그먼트인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는 신비스러운 화면과 어우러져 참으로 경건하고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겨낸다.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36) 영화에서 보는 클래식 음악
입력 2015-09-08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