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가 전복돼 10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백명을 잃고도 우리 사회에 여전히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낚싯배는 악천후 속에 출항을 강행했고, 탑승객 상당수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 승선객 수와 명단은 맞지 않았고, 해경의 대처도 미숙했다.
5일 오후 7시25분쯤 선장 김모(46)씨와 승객 20명을 태운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가 악천후 속에 추자도 신양항을 출발한 지 13분쯤 만에 통신이 두절됐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는 7시38분 추자도 예초리 북동쪽 500m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끊겼다. 돌고래호는 이후 11시간가량 지난 6일 오전 6시25분쯤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제주해경은 돌고래호에 탑승한 21명 가운데 3명이 구조됐고, 선장 김씨 등 10명은 숨진 채 발견됐으며 8명 정도가 실종 상태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말을 맞아 부산에서 모인 10여명 등 낚시 동호인들은 전남 해남군 남성항을 통해 추자도로 들어가 낚시를 즐긴 뒤 기상악화 탓에 급하게 돌아가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자 박모(38)씨는 “배가 운항하다 시동이 꺼지면서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곧이어 배가 뒤집혔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날 오후 9시10분쯤부터 돌고래호의 마지막 위치와 탑승객 휴대전화 최종 발신위치 등을 파악해 수색에 나섰다. 따라서 해경의 초동 대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경은 돌고래호가 너울에 휩쓸려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배가 뭔가에 걸린 것 같다”는 생존자 진술에 따라 양식장 밧줄 등에 배가 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정부는 해경과 해군 함정 50여척과 해군 P-3C 해상초계기, 링스헬기까지 동원해 구조와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과 실종자 가족 등에게 사고 관련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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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0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