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25·여)씨는 가을이 싫다. 가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재채기와 콧물, 코 막힘 때문이다. 영화관 관람 때나 중요한 소개팅, 맞선 자리에서도 연신 코를 풀어대기 바쁜 탓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눈도 가렵고 집중력이 자꾸 떨어져 신경이 곤두서기 일쑤이다.
알레르기비염이 성행하는 시기다. 박씨같이 이유를 모르는 코막힘과 재채기, 콧물 때문에 괴롭다며 이비인후과를 찾는 콧병 환자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일교차가 하루 10도 이상 벌어지는 극심한 기온변화에 코 점막이 미처 적응하지 못한데다 바람결에 꽃가루가 날리는 풍매화도 많아져서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비염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는 “보통 어머니가 알레르기비염이 있는 경우 자녀도 똑같이 겪을 위험이 2∼3배 증가하며, 양 부모가 모두 앓을 경우 그 위험은 더 높아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집 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곰팡이, 꽃가루, 바퀴벌레 등이 꼽힌다. 이중 매트리스, 베개, 이불, 카펫, 천 소파, 직물류 등에 주로 서식하는 집 먼지 진드기가 가장 흔하다.
알레르기비염의 3대 증상은 재채기와 콧물, 코 막힘이다. 그러나 초가을 환절기 감기가 발생하는 시기와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하는 시기가 거의 겹치는데다 증상도 비슷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감기겠거니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특정 환경에 노출됐을 때만 재채기와 코 막힘 증상이 심해진다거나 그 증상이 2주 이상 끈다면 한번쯤 알레르기비염을 의심,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가는 경우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정도광 원장은 “알레르기비염 환자의 콧속을 검사해보면 살이 창백하고 부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맑은 콧물이 아니라 누런 콧물이 나온다면 잦은 비염에 세균감염으로 축농증을 합병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료는 보통 알레르기 항원 노출을 줄이는 환경요법과 약물요법, 면역요법 및 수술요법을 병행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알레르기비염을 유발하는 항원이 일상 속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일단 먼지가 많은 천으로 된 소파, 커튼, 카펫과 털 소재로 충전된 침구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침구류를 자주 햇볕에 말려 일광소독을 하고 천장, 벽, 마루 등을 자주 깨끗이 닦아낸다. 이른바 알레르기 항원 회피 또는 차단요법이다.
덥고 건조하며 바람이 많이 부는 한낮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가 많이 날리므로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한다. 물론 외출할 때는 꽃가루 등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런 생활환경요법에도 효과가 없을 때는 면역요법과 수술요법이 필요하다. 면역요법이란 주기적으로 면역주사를 맞음으로써 약간의 자극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면역체계를 개선시키는 방법이다. 아주 낮은 농도의 면역주사부터 시작해 1주 간격으로 점차 농도를 높여간다.
수술요법은 잦은 코막힘을 해결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전기나 라디오주파, 레이저 등을 이용해 콧살 부피를 줄여주거나 콧구멍을 넓혀 콧속 환기를 개선하는 방법, 콧속 점막의 예민도를 떨어트리는 방법 등이 있다. 물론 비중격(콧대)이 비뚤어져 있을 때는 콧대를 곧게 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먼지 많은 천 소파·털 소재 침구류 피해야… 가을 불청객 알레르기비염 예방법
입력 2015-09-08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