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아전인수식 공방… 유리하면 “국민상식 맞춘 재판” 불리하면 “비전문적 여론재판”

입력 2015-09-07 02:36
조희연(59)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형 선고를 유예해준 서울고법 판결을 놓고 국민참여재판의 판단을 뒤집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당선무효형을 제시한 국민 의사를 뒤바꿨다”고 반발했다. 국민참여재판의 유무죄 및 양형 판단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평결은 원래 권고적 성격을 갖고 있어 이런 소모적 논란을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지난 4일 조 교육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며 “2심에서 추가로 제기된 쟁점에 대해 배심원들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배심원 판단을 뒤집는 이유를 설명했다.

2008년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정치적 성향을 띤 재판에서 수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판결이 유리하면 ‘국민의 뜻’이라 옹호하고, 불리하면 ‘여론재판’이라 비판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배심원 평결을 재판부가 뒤집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지만 EG 회장의 ‘5촌 조카 살해 의혹’을 보도했다가 기소된 주진우 기자 재판이 대표적 사례다. 2013년 10월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보수진영에서는 ‘감성재판’이란 비판이 빗발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후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제해야 한다” “법리해석을 일반시민에게 맡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수진영 일각에서 조 교육감 2심 선고를 놓고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 정반대 논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 재판에서는 배심원 전원 무죄 평결을 1심 재판부가 뒤집었다. 재판부는 2013년 11월 안 시인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하며 “배심원들이 법리적 관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정치적 입장에 판단이 좌우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민주당은 “사법제도 발전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조 교육감 2심 선고에 대한 비판과 비슷한 주장이 보수·진보 진영만 뒤바뀐 채 제기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을 놓고 정치적 논쟁이 계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판사는 “배심원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며 “개별 사건을 국민참여재판과 결부시켜 비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6일 “입장·입맛에 따라 배심원 판단을 옹호하거나 흔드는 건 국민참여재판이 뿌리를 내리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