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및 기업 부채가 급증세를 보이는 데다 악성 대출 비중도 커 미국 금리인상의 파고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된 주택담보대출 중 절반 이상이 ‘위험 대출’이며 우리나라 등 신흥국 기업 부채가 최근 급증해 금융·실물시장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LTV·DTI 동시 적용 주택담보대출 잔액 현황’(올해 6월 말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LTV가 60%를 초과하거나 DTI가 50%를 초과하는 ‘위험 대출’이 52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LTV·DTI가 동시에 적용되는 서울·경기·인천지역 주택담보대출(100조2000억원)의 52.4%에 해당하며, 전년 동기 대비 71.0%나 증가한 액수다. LTV 60%, DTI 50%를 동시에 초과해 위험이 중첩돼 있는 대출도 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8000억원(98.0%) 늘었다. LTV 60%, DTI 50% 이내인 ‘안전대출’은 지난해 51조3000억원에서 올해 47조7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홍 의원은 “이는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규제완화로 인한 것”이라며 “부동산 부양을 위해 가계 부채 위기상황을 초래한 박근혜정부는 미 금리 인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조속히 대비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이날 ‘신흥국 기업 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신흥국가 중 기업들이 조달한 부채성 자금 비중은 2000∼2007년 10%에서 2008∼2014년 25%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액수로는 같은 기간 3조7000억 달러에서 12조3000억 달러로 3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우리나라 역시 기업 부채에 대해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105%로 2005년(76%)보다 30% 포인트가량 크게 늘었다. 자산규모 하위 25%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금융비용)이 악화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금융연구원 송민규 연구위원은 “금융·실물 쪽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기업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며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58.9%)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6%)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신흥국 기업 부채발 경기불안 상황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세욱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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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의 ‘덫’… 52조 악성부채 어쩌나
입력 2015-09-07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