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사철 최악의 전세난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니

입력 2015-09-07 00:56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되면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 품귀 현상과 맞물려 전셋값 상승이 거침없다. 전국 전세금은 2009년 3월부터 6년6개월 동안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올 들어 8월까지 전셋값 상승률은 10.7%로, 2008년 이후 7년 만에 동기 대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벌써 지난해 전체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9월 첫 주인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전주 대비 0.26% 올랐다. 2주 전(0.25%)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이다. 이러니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 재계약이야말로 세입자들에게는 커다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저금리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진 데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50% 가깝게 줄어 전세로 나올 신규 물량 자체가 줄어들어서다. 게다가 2만 가구에 이르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이미 시작돼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전세난을 부추길 게 뻔하다.

이 여파로 월세 가격도 급등하면서 주택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킬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 방안도 전·월세 시장 불안을 해소할 근본 대책이 아니다. 주택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주거부담을 크게 함으로써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로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상황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주택시장이 아직 우려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고 하니 무주택 서민들로선 울화통이 터질 만하다. 정부는 급격한 월세 전환을 늦추고 전세 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과감하게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재건축 사업 속도를 조절해 이주 시기도 분산시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