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또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5일 밤 추자도 인근 바다에서 전복되면서 낚시회 회원 등 10명이 목숨을 잃고 8명 가량이 실종됐다. 사고 발생 후 만 하루가 지났음에도 탑승 인원조차 확정되지 않고 있고, 승선자 대부분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기본만 지켰어도 나지 않았거나, 났어도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사고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달라진 게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친다고 했는데, 잃고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구조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사고 정황이나 원인이 아직 오롯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해상 안전관리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돌고래호 승선자 명부에는 모두 22명의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중 4명은 실제로 승선하지 않았고 생존자 1명을 포함, 명부에 없는 3명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경찰은 20명 안팎이 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오락가락했던 승선자 수 집계의 망령이 되살아난 느낌이다.
큰 항구 등 해경의 치안센터나 출장소가 있는 곳은 해경이 직접 입출항 신고를 받지만 소규모 어항에는 어촌계장 등 민간인이 신고장 접수를 대행하고 있다. 돌고래호가 출항한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도 소규모 어항이다. 이들 어선의 승객 파악은 그나마 의무사항도 아니라고 한다. 승선인원 관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 돌고래호는 또한 지난 8년간 한 번도 안전 검사를 받지 않았다. 돌고래호는 낚시어선 관련법에 따라 선적항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2008년 이후 매년 낚시어선업 신고확인증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지자체는 현장 안전 점검은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낚시어선 업자는 필요한 경우 승객 등 승선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승객이 이를 거부하면 선장은 승선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돌고래호의 한 생존자는 “비가 와서 구명조끼가 축축해 선장을 포함한 승객 대부분이 이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선자 중 일부라도 구명조끼를 착용했더라면 조끼 주머니에 있는 호루라기나 조명탄을 이용해 밤중에 위치를 알리는 것이 가능해 더 신속한 구조가 이뤄질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추자도 해역은 가을과 겨울에 삼치와 감성돔 등이 잘 잡혀 바다낚시꾼들에게는 ‘최고의 어장’으로 통한다. 반면 이곳에는 해류가 빠르고 깊어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해경과 기상청 및 지자체는 이런 위험들을 감안해 해상 안전관리 체계와 비상시 업무협조 수칙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사설] 어이없는 해상 안전사고 언제까지 되풀이할 텐가
입력 2015-09-07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