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좁은 골목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인천 남동구 석산로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교회 앞에 다다르자 ‘기독교대한감리회 주는교회’라는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교회가 입주해 있는 곳은 3층짜리 상가 건물의 꼭대기층.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자 작은 예배당이 나타났다. 예배당은 99㎡(약 30평) 크기의 아담한 공간이었다.
지난 3일 주는교회에서 강유덕(42) 담임목사를 만났다. 강 목사는 힘없는 목소리로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뒤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다른 교회들이 십시일반 지원해주는 후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너무 힘이 듭니다. 매달 평균 40만원씩 빚이 늘어나고 있어요. 지난 2년간 쌓인 빚이 800만원 가까이 됩니다.”
충남 당진 출신인 강 목사는 아세아연합신학대와 협성대 신학대학원을 나와 2006년 4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전남 곡성, 충남 부여 등지에서 목회를 하다가 2013년 6월 주는교회에 부임했다. 교인이 10여명밖에 안 됐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역 사회를 섬기는 교회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적인 부담이 그의 가슴을 옥죄었다. 규모가 있는 교회들이 보내주는 후원금과 교인들의 헌금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강 목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월세 40만원 외에도 생활비로 최소한 월 100만원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강 목사는 건강도 좋지 않다. 지난해 가을 어느 날이었다. 예배당에서 아내(38)와 함께 기도를 드리던 강 목사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는 기도를 중단하고 강대상에서 내려왔다. 그러다 갑자기 검붉은 핏덩이를 토하다 정신을 잃었고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후송됐다.
“간경화 판정을 받았어요. 피를 토한 건 간경화가 악화되면서 생긴 ‘식도정맥류’라는 합병증 때문이었죠. 식도에 있는 정맥이 부풀어 오르다가 터져버리는 병이었습니다. 올 6월에도 간경화 때문에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어요. 제겐 매달 20만원쯤 되는 약값도 부담입니다.”
강 목사의 아내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그의 아내는 심한 조울증으로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아내 역시 틈틈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한다.
강 목사는 “삶이 너무 팍팍해 주님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아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지가 될 때가 많다. 우리 두 사람이 건강을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목사가 간절하게 원하는 건 한국교회의 물질적인 후원이었다. 더 이상 돈에 쪼들리는 일 없이 목회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게 그의 소원이다. 강 목사는 “고정적인 수입이 매달 200만원 정도만 돼도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라며 “빨리 상황이 호전돼 나눔을 실천하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목회자들 중에는 저처럼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너무 커 제대로 된 목회가 불가능한 목회자들이죠. 한국교회의 많은 성도들이 이런 목회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인천=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인천 주는교회] 빚은 쌓이는데 목사·사모 모두 건강 안 좋아 막막
입력 2015-09-08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