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민규(47·사진)씨가 장편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단편 ‘낮잠’이 각각 인터넷 게시판 글과 일본 만화를 표절했다는 지적을 인정했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저자가 표절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6일 문학계에 따르면 박씨는 ‘월간중앙’ 9월호에 문학평론가 정문순·최강민씨에게 보내는 글을 실었다. 두 평론가는 ‘월간중앙’ 8월호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실제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의 옛 팬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거꾸로 보는 한국야구사’라는 제목의 글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혼자 동굴에 앉아서 완전한 창조를 한다고 해도 우연한 일치가 일어날 수 있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해명의 글을 통해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설의 시작부에는 1982년의 신문 자투리 기사, 사건·사고기사가 필요했고 1982∼1985년의 스포츠신문 기사와 실제 경험담 등을 참고로 했다”며 “인터넷 글 역시 그때 찾은 자료의 하나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시 저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간이었다. 다만 아이디어가 있어서 자료를 찾은 경우이지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구한 경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평론가들은 또 박씨 단편 ‘낮잠’의 배경과 인물 설정이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씨는 “일본 만화는 신인 시절 ‘읽을 만한 책 추천’ 등의 잡문을 쓰기 위해 읽었던 기억이 있다”며 “설사 보편적인 로맨스의 구도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표절 의혹을 시인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박민규 “내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는 명백한 도용”… 표절 사실 인정
입력 2015-09-07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