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딸이 딸을 낳는 느낌이란

입력 2015-09-07 00:20

딸이 딸을 낳았다고 신이 나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타지에 있으니 나의 엄마 노릇은 마음뿐인데 그 신나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SNS에 친우들에게 공지했다. 축하 메시지 중 유독 한 메시지가 마음에 다가왔다. “딸이 딸을 낳으면 어떤 느낌일까?” 아들만 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한 메시지다.

참 세월이 달라졌다. 엄마도 아빠도 딸을 낳으면 더 좋아한다. 무려 1.2로 줄어든 출생률에서 보여주듯 한 아이만 낳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라면 딸이 더 좋다’는 젊은 세대의 선호 현상이다. 엄마만 딸을 친구로 여기는 게 아니라 아빠도 딸을 친구로 삼고 싶어 한다.

이런 현상을 ‘딸의 재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그 밑바탕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일단 노후 의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경제적 의지는커녕 성년 자식들의 뒷바라지만 힘들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추세다. 딸이 있어야 노후가 외롭지 않다고도 한다. 딸은 성장 과정에서 소통과 교감이 잘되는 것은 물론 커서도 부모와 자식 간에 훨씬 더 다정다감하다는 경험치가 쌓인 것이다. 키울 때 알콩달콩 재미있고 커서도 이심전심이 통하니 딸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이것을 ‘여자의 재발견’ 또는 ‘여성성의 재발견’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 ‘성공과 출세와 체면과 돈벌이와 생존’이 아니라 ‘관계와 소통과 사랑과 대화와 스킨십’이 인생에서 중요함을 깨닫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나쁘지 않은 변화다. 소홀히 했던 것의 가치를 되찾음으로써 비로소 균형을 이루게 되는 과정이니 말이다.

이런 현상도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는 과정이면 좋겠다. 아들 선호 현상만큼이나 딸 선호 현상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시되는 ‘여성 혐오’의 배경이 절대적인 외로움과 소외감이듯, ‘딸 선호 현상’에서 역시 우리 사회의 깊어지는 외로움이 읽히지 않는가? 서로 보듬어주자. 인간으로서의 따뜻한 연대감으로써!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딸이 딸을 낳으니 따뜻한 연대감이 더해지기는 했음을 고백한다.

김진애(도시건축가)